"아빠, 저 1년 정도 세계여행 다녀올게요!"

"오! 기회 될 때 다녀오면 좋지."

"엄마, 저 다녀올게요!"

"건강하게만 다녀와."

부모님은 알고 계셨다. 반대해도 내가 떠날 거라는걸. 그래서 쿨한 부모님이 되기로 하신거다. 감사하다.

오히려 주변의 반응이 굉장했고, 폭풍 질문을 받았다.

"갑자기? 돈은? 결혼 안 해? 안 무서워? 다녀와서 뭐 하려고? 다 포기한거야?"

갑자기가 아니었다. 6년 전 세계지도를 보면서 꿈꿨던 일이었고, 전셋집을 빼서 떠나는 거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결혼?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되묻고 싶었다. "너는 1년 뒤에 뭐하고 있을 건데?" 내일 일도 모르는 인생인데 1년 뒤 걱정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포기가 아니라 시작이었다. 시작.

원래 내가 조금 엉큼하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준비를 했으니 다들 놀랄만도 했다. 폭풍 질문 끝에 돌아오는 말은 항상 같았다.

"멋있다. 나도 세계 일주 해 보고 싶었는데... 부러워. 건강하게 다녀와!"

누구나 한번쯤은 꿈 꿔 본 일을 행동하는 내가 좋았고, 6년 전 세계 일주라는 꿈을 꾼 내가 대견했다. 자기애가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여행 준비는 순조로웠다. 6년 동안의 연극배우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 자금을 위해서 전셋집을 정리하고 본가로 이사를 했고, 각종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비상약 처방을 받았으며, 배낭과 전자기기를 구입하고, 해외에서 사용할 계좌와 카드 만들고, 1명의 이모와 6명의 고모 그리고 3명의 삼촌에게 안부전화드리고, 여행자 명함까지 만들었다. 순조로웠지만 여행 준비를 하면서 2kg이 빠졌다.

나름 여행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았다. 만약에 누군가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주변에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건 내가 최초였다.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멋진 핑계로 여행 일정은 큰 루트만 정하고 비행기는 3번째 여행지까지만 예약을 했다. 사실 일정까지 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떠났다. 1년 뒤에 건강하게 만나자며 멋지게 그냥 떠났다.

2018년 9월 20일 인천공항.
2018년 9월 20일 인천공항.

첫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1년 전, 2박 3일의 홍콩 여행에서 태풍을 만났었고, 태풍 때문에 숙소에만 있게 되면서, 잊고 지낸 나의 꿈 세계여행을 생각한 곳이기에 꼭 다시 가보고 싶었다. 이번엔 날씨도 완벽하고, 한번 와 본 곳이기에 길도 잃지 않았다. 시작이 좋았다.

다시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완벽한 홍콩 날씨
다시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완벽한 홍콩 날씨.

그런데... 완벽하고 순조로울 줄 알았던 나의 첫 세계여행은 3일 만에 비자가 없어서 비행기를 놓친 것을 시작으로 아주 엉망이 되었다. 얼마나 엉망인지 비행기를 못 타고 당황해서 눈물을 훔친 이후로는 그저 매일 길 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놓친 후 걱정하실 부모님께 전화해서 소식을 전했다.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 다음 여행지 정하고 비행기 티켓 끊으면 말해줘."

정말 쿨한 부모님이 되기로 하셨나 보다. 쿨한 부모님과 통화를 하니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렇게 3일 만에 갈 곳을 잃은 나는 국제 미아가 되었다.

[여기, 주나]는 여기(앞으로 소개할 여행지)에 있는 Juna의 이야기로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주고 나누는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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