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무엇인가’, 1890년, 니콜라이 게(1831-1894) , 캔버스에 유채, 233х171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진리란 무엇인가’, 1890년, 니콜라이 게(1831-1894) , 캔버스에 유채, 233х171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그림이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철학이 되고, 그리고 가르침이 된다. 그림을 통해서 힐링을 얻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진리란 무엇인가? > 는 한 편의 그림이라기 보다는 철학이다. 선한 가르침을 통해 진리를 얻는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인간 본연의 선한 양심을 바탕으로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판단해야 할 지 길을 잡아준다.

예수와 빌라도가 마주보고 서 있다.

한 사람에겐 밝고 화사한 빛이, 다른 한 사람에겐 그늘과 어둠만이 존재한다. 살찐 빌라도가 앙상하게 야윈 예수에게 한쪽 손을 내밀고 거만히 어깨를 으쓱하며 질문을 한다.

"진리가 무엇이냐?"

이 그림은 《요한복음 18장》에 나오는 빌라도와 예수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네가 왕이냐?” 라고 질문을 한다. 이에 예수는 “왕이다”라고 대답하며 "난 진리를 위해 태어났고 그것을 위해 세상에 왔으니 진리를 증언하려 한다. 그러므로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음성을 듣고 따를 것이다"라고 답한다. 이에 빌라도가 예수에게 되묻는다 "네가 말하는 진리란 무엇이냐" 예수는 이에 답하지 않고 무섭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빌라도에게 응한다.

“진정 진리는 무엇인가?”

그림 앞에선 우리에게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진지해질 것을 요구한다. 또한 예수에게 거들먹거리는 빌라도의 거만함을 보여주며 부끄러움의 민 낯을 가늠케 한다. 진정 선한 것이 무엇이며 진리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라 한다. 어둠 속에서 예수가 세상사 안일하고 편한 것을 찾아 쉽게 야합하는 우리를 꾸짖듯이 쳐다본다.

일반적으로 그림에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표현할 때 키아로스쿠로(명암대조법)를 많이 쓴다. 대표적으로 렘브란트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선에는 밝은 빛을 선사하고, 악의 영역엔 어둠을 주어 극적 효과를 내며 주제를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게의 <진리란 무엇인가>는 반대로 진리와 선인 예수 그리스도는 어둠 속에서 묵묵히 서 있다. 비단옷을 입은 살찐 빌라도는 환한 빛을 등에 업고 진리를 심판하려 한다. 거짓 잣대를 들고 진실인양 선을 묻으려 한다.

진리와 선!!

그렇다! 작가는 어둡고 칙칙한 그늘 속에 버려진 듯한 예수를 표현함으로써 쉽게 얻을 수 없는 진리와 선의 성격을 설명한다. 진정으로 찾고 고민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진리와 선은 자동인출기의 물건처럼 돈을 넣고 누르면 나오는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다. 끝없는 노력과 연구, 자기 성찰을 통해야만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수많은 빌라도들이 잘못된 선과 도덕의 잣대를 휘둘러 올바른 정신을 좀먹게 하는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진리와 선은 고난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게는 말해준다. 조금만 주의력을 흩트려도 거짓이 참이 되는 세상이니 어둠 속에 있는 선과 진리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데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거다

니콜라이 게는 톨스토이의 정신에 큰 감화를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톨스토이는 이성으로 선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며 삶을 정진하는 것이 인생이라 말한다.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해선 안되며 교회를 부정하고 인간은 신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예수 또한 인간이므로 그를 신격화 해 기도하는 것을 엄격히 반대했다. 사치와 무위도식의 생활에 빠져 있는 타락한 특권 계급을 부정하고 그들을 인간 사회에 불행을 가져다 주는 악의 근원으로 규정지었다. 또한 폭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를 부정하며 그들을 지지하는 교회 세력, 학문, 예술 모두를 부정한다. 톨스토이를 지지한 니콜라이 게는 <진리란 무엇인가>에서 그리스도는 어둠에 갇혀 신음하는 러시아 민중, 즉 선하고 도덕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자를 대변하고, 극단적 이기심으로 자신의 안위 만에 급급한 기득권층을 빌라도로 표현했다.

끊임없이 정진하라

어둠 속에서 두 손이 포박된 예수처럼 진리와 양심을 외치는 자는 외롭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차갑고 어두운 현실 속에 내팽개쳐질 때가 많다. 바로 진리와 선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와 선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올바른 진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찾아야만 참다운 진리가 될 수 있음을 빌라도와 예수 그리스도를 빌어 분명하게 전한다. 그러므로 진리를 향해 정진하는 삶이 고독하고 힘들더라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톨스토이의 가르침이며 니콜라이 게의 메시지 이기도 하다.

▲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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