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교장

필자는 요즈음 자주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거나 전원을 끈다. 사실 필자도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 들고 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엄청난 세상이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잘 활용함으로써 지금 여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 언젠가 스마트폰이 사라진다고 해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넓게 또는 좁게 바라볼 수 있는 줌인 줌아웃zoom-in zoom-out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손가락으로 사진이나 글자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듯이 세상을 그렇게 다양한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인류는 모두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다. 니콜라스 카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유리감옥>을 통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각하는 힘을 빼앗아 가버렸다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인류는 한걸음 더 높은 단계의 검색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생각하는 프레임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런 면에서 무조건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사려깊고 진득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독서나 글쓰기를 위해 잠시 꺼 두거나 외출을 할 때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일부러 내버려 두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이 얼마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마트폰이 2007년에 나왔으니 이제 곧 다른 새로운 것이 출현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실체와 효과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니다 잠을 잘 때도 옆에 두고 자야하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몇시간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까이 두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아 조바심을 내지만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초조해 하지 않도록 인내심을 기르고 단호하게 결심해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한 세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멀리하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분명히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크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놓치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줌인 줌아웃은 헬리콥터처럼 가까이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로 높이 솟아올라 멀리서도 바라보는 망원경과 같다. 마치 최고경영자가 회사 전체를 보면서도 때로는 디테일을 반드시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스마트폰은 분명히 독서와 글쓰기의 천적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의지로 과감하게 뿌리쳐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 두어도 괜찮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지구는 돈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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