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대제의 죽음 (1725,) 이반 니키틴 (1680-1742) 캔버스에 유채, 36,6 x 54,4 cm, 러시아 박물관, 상트 페테르 부르크
피터대제의 죽음 (1725,) 이반 니키틴 (1680-1742) 캔버스에 유채, 36,6 x 54,4 cm, 러시아 박물관, 상트 페테르 부르크

인간의 욕망은 권력의 최정점을 꿈꾼다. 많은 부분을 희생하면서까지 높은 곳에 있는 권력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쓴다.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이들에게 이쯤에서 그만두고 주변을 돌아보라 충고해도, 인간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른다. 결국엔 천륜도, 인륜도 저버리고 끝도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 권력의 노예가 된 자들이 갖는 속성이다. 부모와 반목하고 형제끼리 칼을 겨누며 부부가 서로 죽이는 권력, 우린 그렇게 권력의 시녀가 되어 비참한 말로를 걷는 수많은 위정자들을 보아 왔다. 러시아라고 예외일까?

바니타스 바니타툼 옴니아 바니타스

헛되고 헛되노니 모든것이 헛되도다

죽음을 비켜갈 수 있는 절대 권력이 있을까? 아무리 세상을 움켜쥐려 천하를 호령해도 죽음이란 거대한 산 앞에 인간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권좌에 있는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을 손안에 넣고 주무르며 이 모든 부귀영화가 영원할 거라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피붙이에게 칼을 들이대고 파리 목숨처럼 날려 버리고도 권력에 의존하며 생을 살아가는 거 아닌가?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대제의 주검 앞에서 다시 한번 권력 무상의 쓸쓸함을 느낀다. 인간이 제일 모르는 것이 죽음이라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하지 않았던가. 누이를 죽여 권좌를 얻고 아들을 죽여 자리를 지키던 천하의 피터 대제다.

그러나 대제에게 있어 세상의 가장 무서운 적이 감기였을까? 한겨울 차가운 얼음물에 빠졌다가 약한 열병을 앓기 시작하는데 그게 원인이 되어 세상을 달리 한다. 세상 모든 것이 손안에 있으니 건강마저도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는지 그 와중에도 술을 독으로 마시던 습관을 버리지 않고 또한 열정적으로 국사를 돌봤다 하니 참으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권력자의 오만함이다.

부귀영화 최상의 권력! 세상을 호령하는 권력자들도 죽음 앞에서는 다 부질없고 허무할 뿐이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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