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젊은이들의 삶이 언뜻 봐도 무지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그렇고 또 그 아이들이 전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도무지 어디 한 군데 녹록한 데가 없답니다. 제가 젊을 때는 구멍이 숭숭 뚫린 표리부동한 현실의 벽이 문제였어요.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조금은 편한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요. 아무리 노력해도 별로 개선되는 것 같질 않아요. 여기가 좋아지면 저기가 나빠지고, 이곳이 편해지면 저 곳이 불편해지는 현실. 그런 삶 속에서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이런 게 그냥 인생인 걸까요? 요즘은 나부터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겠다 싶습니다.

옛날보다 좋아진 것도 많지요. 하지만 눈에 띄게 나빠진 점은 우리 젊을 때보다 인생 훈수를 두는 어른들이 숫자적으로 많아졌다는 사실일 겁니다.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비율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지만, 사회적으로 젊은이들의 비율보다 나이든 사람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아졌으니까요. 게다가 요즘 젊은 것들은 어디 잠자코 듣고만 있습니까. 그렇게 말이 말을 낳으며 SNS로 확대재생산 되고 서로를 자극하다 보니 이건 숫제 세대 간 전쟁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누구랑 딱히 부딪히지 않았는데도 젊은이들은 그 수많은 어른들의 인생 훈수에 미리부터 몸서리를 치는 지경인가 봅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꿈을 크게 가져라, 사회에 이로운 인간이 되어라,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하다보면 안되는 게 없다… 등등의 에너지 충만한 윗세대의 조언을 또 얼마나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입니까. 기나긴 교육 기간 동안 말이죠. 실제로 부모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 앉아 매일같이 그런 거대한 집단 최면을 내재화하면서 자라난 세대잖아요. 이젠 그 빽빽한 콩나물들이 모두 훈수를 두는 어른이 되었으니 말 다한 거죠.

들으면서부터 피곤해진 아이들은 도통 움직일 엄두를 못 냅니다. 이미 옴치고 뛸 데도 없어진 빡빡한 세상에서 주위 어른들이 바라는 비전과 이상은 말도 안 되게 드높고 낭만적이라고 느끼니까요. 게다가 이런 어른들의 훈수조차 SNS를 타고 확대재생산 되니 젊은이들의 피해의식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같이 글 쓰는 사람도 요즘은 말이 주는 폭력성 때문에 펜을 놓아야 하나마나 고민을 할 지경이니까요.

이젠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려고 해요. ‘네 인생 하나만 잘 돌봐도 기본은 한 거’라고요. 솔직히 그렇지 않나요? 저 역시 늘 저에게 이렇게 묻곤 해요. ‘정은아, 너 지금 행복하니? 지금 이거 정말 네가 좋아서 하는 거지?’ 라고요. 딸에게도 가끔 그래요. ‘꿈? 그런 거 너무 크게 갖지 마라. 너 하나만 구제해도 인생은 성공이야. 누구나 다 자기를 구제하면 세상이 얼마나 평안하겠니? 그러니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며 안달복달 하지 마라. 너 자신에게 집중해. 그러다 좀 여력이 생기고 나면 주위 사람 한 명이라도 좀 거들어주고. 그 정도면 넌 그냥 인류를 구원한 거나 마찬가지야. 인생 뭐 있겠니?’ 라고요.

사실 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꿈과 이상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이상한 열기에 휩쓸려 나의 삶을 거기 갈아 넣을 만큼 확신도 안 생기고요. 권력의 발톱을 숨기고 있는 또 다른 생각의 횡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마음을 주기도 어려워요. 말로 때우려는 사람에게 수도 없이 일상을 어지럽혀 봤거든요. 이렇게 조언하는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작은 꿈을 심어주었던 엄마였을까요?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출판 섬 대표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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