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은의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이야기]㉑표도르 브루니 ‘바쿠스’
[김희은의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이야기]㉑표도르 브루니 ‘바쿠스’
  • 김희은
  • 승인 2019.07.1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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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 1858년, 표도르 브루니(1799-1875), 캔버스에 유채, 91.2x71.5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바쿠스’, 1858년, 표도르 브루니(1799-1875), 캔버스에 유채, 91.2x71.5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마법의 묘약 보드카, 러시아 인들은 술을 사랑한다.

'오늘 마실 수 있는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를 인생의 모토로 끊임없이 마신다. 러시아에서는 술 사러 보냈을 때 보드카를 한 병만 사 오는 사람을 바보라 정의하고, 하루가 자유로워지는 방법으로 아침부터 보드카 마실 것을 권한다.

“러시아에서 400킬로미터는 거리도 아니다.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다. 영상 40도는 더위도 아니다. 그리고 알코올 도수 40도의 보드카 4병은 술도 아니다.”

이렇게 도수 40도의 보드카 4병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은 정말 대 주가다. 러시아 인들은 보드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할 수 없는 일이 보드카를 마시지 않는 일이라 말한다. 술 해장의 가장 최고의 방법으로 아침 숙취 해소를 위해 보드카 한 잔을 다시 마셔 주는 것이 최고라 말하며, 열심히 이를 실천한다.

보드카를 최초로 탄생시키고 보드카 소비를 가장 많이 하며, 다양한 종류의 보드카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고 품질의 보드카를 생산해 내는 나라 '러시아'. 술에 살고 죽고 술 때문에 웃고 울고 러시아를 숨 쉬게 하고 때론 숨 막히게 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보드카. 러시아의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있는 보드카, 바로 그 보드카가 러시아 화가들 손에 어떻게 탄생되어 표현되는지 살펴보자. 다양한 작품들이 어떻게 우리를 웃기고 울릴 것인지 기대해도 좋다.

19세기 러시아 화가 브루니가 그린 <바쿠스>는 술 잘 마시는 러시아 사람들의 열성을 잘 표현하는 그림이다. 수 세기를 거쳐 수많은 애주가 팬을 확보한 술의 신 바쿠스! 브루니의 바쿠스는 반쯤 풀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끈적한 눈빛을 보낸다.

"포도주 한잔할래?"

이미 무르익은 듯한 바쿠스의 취기와 왼손에서 흘러내리는 포도주가 너무도 사실적이다.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국립 미술관 한 벽면을 장식하며 많은 애주가의 술 샘을 자극하는 브루니의 아주 짜릿한 그림이다. 정말로 바쿠스의 끈적한 눈빛에 화답하며 흘러넘치는 포도주 한 잔에 '치어스'를 살며시 외치고 싶다. 하지만 진정한 러시아 주당들은 그림 속 바쿠스를 쳐다보며 안타까이 중얼거린다.

"술의 신 바쿠스! 왜 그리 일찍 태어나셨소. 세계 최고의 술다운 술, 보드카도 맛보지 못하시고 참으로 안타깝소"라며 보드카에 살고 보드카에 죽는 러시아인들은 주신이 살았던 그리스 로마보다 더 다양하고 화려한 러시아 술 문화에 뿌듯해한다. 바쿠스의 끈적하게 유혹하는 눈빛에 미소 짓고, 러시아인들의 농담에 크게 웃는 그림이다.

표도르 브루니(1799-1875) 이탈리아계 러시아 화가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였다. 이탈리아유학후 예술 아카데미 교수로 지냈고,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로마에서 그린 <구릿빛 괴룡>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삭성당에 벽화를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 <호레이스의 여동생 카멜라의 죽음>(1824년), <어린 큐피트에게 술을 주는 바커스의 사제>(1828년) 등이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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