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고요함’, 1894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150х206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영원의 고요함’, 1894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150х206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먹구름

지나간 폭풍우의 마지막 한 점 먹구름아!

너 혼자만이 산뜻한 군청빛의 하늘을 질주하고 있다.

너 혼자만이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너 혼자만이 기뻐 어찌할 줄 모르는 낮을 슬프게 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너는 하늘을 온통 감싸 뒤덮었고,

번개가 너를 무섭게 휘감았다.

너는 비밀스러운 천둥소리를 내며

목마른 대지를 바로 촉촉이 적셨다.

이제 됐다. 모습을 숨겨! 때는 지나갔다.

대지는 신선함을 되찾았고 폭풍우는 지나갔다.

바람이 모든 나무의 잎사귀를 애무하며

평정을 찾은 하늘에서 너를 내몰고 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검은 구름 뒤로 밝은 하늘, 회색 강물의 흐름을 보니 한바탕 비가 쏟아졌었나 보다. 러시아의 여름은 예기치 않은 장대비가 순식간에 휘몰아쳐 건조한 공기에 습기를 넣어주고, 길거리 흙먼지를 씻어주며 타는 듯한 대지에 시원함을 뿌려준다. 고즈넉한 교회를 등지고 언덕 끝자락에 앉아 삶을 돌아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곱씹어 본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좌절하는 우리에게 자연은 이렇게 말한다.

‘커다란 먹구름은 어디론가 가고 밝고 환한 구름이 다가오고 있잖아.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이 있는 거야. 힘든 현실 뒤에 찾아오는 행복이 더욱 값진 것이지. 광활한 자연 앞에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렴’

거대한 자연의 섭리를 깨달으며 우리는 늘 겸손해지며 자신을 돌아본다. 천재화가 레비탄의 위대한 표현 속에 나 자신을 앉혀 놓고 볼 때마다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을 다짐한다. 이렇게 레비탄의 여름은 나를 푸르게 한다.

이삭 레비탄(1860-1900) 리투아니아 출생으로 모스크바 미술 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러시아 무드 풍경화의 대가다. 사브라소프와 폴레노프에게서 사사했다. 이동파 대표 화가이다. 러시아의 대자연을 사랑하여 이를 소재로 서정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블라디미르로 가는 길> <가을 날> <연못가> 등이 대표작이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자유문고)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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