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칼럼]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허구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윤영호 칼럼]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허구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 윤영호
  • 승인 2020.02.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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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감소통연구소 윤영호 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윤영호 대표

그리이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물이야기가 있다. 이 인물은 아테네 마을로 통하는 교외 한 언덕에 집을 짓고 그의 집에 철로 만든 침대를 갔다 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그 침대에 눕혀서 행인의 키가 그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강제로 늘여서 죽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자기가 만든 기준을 잣대로 하여 누군가를 불구로 만들고 생명을 죽이는 반 인륜적 극단의 악마 모습이었다. 그의 악행은 결국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난다. 테세우스에 잡힌 그는 그가 행했던 악행과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려 처단된다.

오래된 이 신화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제목으로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현실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무자비하게 강요당하고 세뇌되어 있는 프로크루테스의 ‘철 침대 길이 잣대’는 다름 아닌 철옹성처럼 굳어진 사상과 신념의 잣대다. 자기모순이 있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이 프레임 효과를 영악한 정치집단이나 비정상적인 종교 공동체에서 진영논리나 신앙 논리로 절묘하게 이용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짜여진 신념체계 속에 인간의 불안심리와 감정 쏠림 현상을 접목시키면 폭발적인 선동력과 지속적인 자기 체면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황일수록 점집이 호황이고 사회가 혼란할수록 예언이 성행하는 현상이 역사 속에 되풀이되고 있음은 우리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의 증거다. 작은 것에는 그토록 영악스러우면서도 정작 인생을 좌우하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그 방면에 특별히 눈이 밝은 사이비 야망가는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이 틈새를 그냥 놓칠 리가 없다.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치고 평화를 내세우지 않는 역사가 없고 이기적인 독선가 치고 사랑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얼굴마담 뒤에 오너의 이익이 숨어있듯이 그럴듯한 명분 뒤에는 개인의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임에도 우리는 의외로 무감각하다.

예리한 것은 양날의 칼날과 같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처럼 죽이는 침대가 되기도 하고,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음압병상처럼 살리는 침대가 되기도 한다. 돌팔이 의사 손에 쥐인 수술칼은 한 번에 한 사람만 해치지만 힘 있는 독설가의 말은 한 번에 여러 사람을 해친다. 반복되는 그의 말에 세뇌되면 집단지성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판단이 마비되고 생각이 중독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적 맹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가정을 황폐화시키는 편향적 신앙이나 정치신념의 틀을 진단하는 믿을만한 기준이 있다. 바로 생명존중과 있는 그대로 보편적인 인간의 삶이다. 인간 문제의 답은 인간 속에 있다. 환상의 무릉도원에 열쇠가 있지 않다. 독 나무에서 독 과일이 열린다. 무성한 잎이 아니라 열매를 보아야 나무의 정체성이 판별된다는 것이다. 보편타당한 이성적 기준에서 지나치게 멀리 나간 것은 위험하다 극성즉패(極盛則敗)다. 극단은 극단을 부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 이상이 되려는 교만과 탐욕, 그에 추종하는 묻지마 맹종이 사람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게 되면 결국 하늘과 땅이 극단의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대 수술을 하지 않으면 기반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작금의 전 지구적인 전염병 비상사태를 경험하면서, 속히 물리적인 전염병이 퇴치됨은 물론, 교만과 고집과 탐욕과 환상이 극단으로 치닫던 인간 정신마저도 순수했던 본래 모습으로 치유되고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꾸러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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