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감소통연구소 윤영호 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윤영호 대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다가오는 크고 작은 도전의 파고는 내가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요, 화를 낸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 뜻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렇게 긴장을 유발하는 환경의 변화나 위협적인 요소들은 나의 호불호(好不好)와 무관하게 밀려올지라도,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고 도전을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느끼는 행 불행의 정도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상황에서도 “밤잠을 설치면 내일 큰일인데~” 하면서 끌 탕을 하고 있으면 잠은 더욱 안 오고 스트레스만 쌓여 걱정하는 방향대로 내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눈을 감은 채, “그냥 누워서 쉰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예민함이 줄어들어 잠이 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휴식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 나라가 얼어붙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마스크를 쓰면서 사회적 거리를 두게 되고, 스스로 자가 격리되어 외부와 단절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또 이것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속도를 막아보려는 방역당국의 권고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사가 달려있는 비상시국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무슨 일을 하면서 격리되거나 단절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익할까?

그동안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했었다. 소통을 강요하는 세상이기에 관계에 중독된 삶에서 오는 만성피로감이 누적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나와 마주하는 나 홀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왠지 고립되는 것 같은 공포로 느껴졌기에, 유대관계의 의존에서 벗어나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어차피 나는 태어날 때 누구와 함께 태어나지 않았고 죽을 때도 누구와 더불어 죽지 않는 현실인데도 말이다. 관계 지상주의 속에서 경시되기 쉬운 고독의 가치에 대해서 이런 특별한 때에 한시적으로 느껴보면서 고독 훈련을 해 보는 것도, 휩쓸려 떠내려가듯 했던 나의 삶에서 내 인생의 좌표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상시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던 독서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내 삶에 보약 같은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도 근자에 수십 권의 책을 읽는 가운데 잠자던 창발성과 동기유발에 엄청난 촉진제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독서의 습관을 기르지 못하면 사고의 폭이 작아져서 문제해결능력이나 창조력의 빈곤으로 이어지기 쉽다. 일반화된 지식만 손쉽게 습득하면 스스로 골똘히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최종 목적이 지식의 축적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단순한 지식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학습이 지식과의 만남을 넘어서 행동으로 이어지고 삶으로 녹아지는 것이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익숙한 세계에만 빠져있으면 뇌에서 정보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남과 다르면 불안해지고 모두 함께해야 한다는 동조 압력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내 삶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고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꼭두각시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쇼펜아우어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유대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감이나 자립 감이 없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코로나19 비상사태는 스스로 만든 기회는 아닐지라도, 현명한 사람은 홀로 격리되어 있는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이때에 만이 깨달을 수 있는 진리의 손짓을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비록 혼자 있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독서는 지금 당장 선택만 하면 된다. 책 속에서 저자의 또 다른 인생관을 만나볼 수 있고, 나와 다른 또 한 사람의 소우주를 마음껏 여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적은 하늘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평범한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바로 기적임을 통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꾸러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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