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총리가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유재규 기자
이낙연 전 총리가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유재규 기자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일부 유족과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된 데 대해 6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국난극복위원회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유가족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한다. 그러한 유가족 마음에 저의 아픈 생각이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유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이 저의 수양 부족”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 등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발했다.

이 전 총리의 사과 발언은 5일 이천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를 일반 조문객 신분으로 찾았다가 여기서 했던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유재규 기자
이천 화재 참사 유가족과 나눈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서 문자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세지 내용은 '총리님께서 다시 찾아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가시게 되면 잘못을 시인하게 되는 것이며 둘째는 야당에 공세에 밀려서 가는 모양'이라고 써있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이 전 총리는 5일 조문을 마친 뒤 유가족 30여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어던 대책을 가지고 왔나”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이에 대해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말을 할 위치가 아니다, 여러분 말을 잘 전달하고 빠른 시일 안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치권 싸우느라 국민이 죽어간다. 국민 위해서 뽑아준 분들인데 국민을 위해서 왜 일을 안 하나”고 했고 이 전 총리는 “제가 현직 국회의원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 전 총리의 말에 “혹시 이낙연 전 총리 오시니까 대안을 갖고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으나 이 전 총리는 “여러분 안타까운 말씀 충분히 이해한다, 저의 위치가 이렇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유가족은 “그럼 오지 마라, 유가족과 장난하나”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냐”며 “제가 정부에 있는 사람도 국회의원도 아니다. 조문객으로 왔다”고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유가족들의 질문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자 일부 유가족이 “그럼 가시라”고 말하자 이 전 총리는 “가겠다”며 면담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은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생당은 이 전 총리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6일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다’는 이 전 총리의 말은 유가족을 더욱 분통 터뜨리게 만들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직 전남도지사·21대 국회의원 당선자·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면서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이자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맞는 말을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했다”고 했다.

정우식 민생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당선인이 조문에서 유가족들과 설전 아닌 설전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낙연 당선인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해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총리가 이천 화재 참사 유가족들과 나눈 대화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6일 광주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이 전 총리가) 현재 잘하고 계시지만 실수를 안 해야 한다"며 "과거에 고건 전 총리, 이회창 전 총리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치는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 있어도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민심은 40% 넘게 이낙연 전 총리가 앞서지만, 대통령 선거는 22개월 정도 남아 어떤 풍파가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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