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동안 인기를 모았던 ‘김정은의 세상여행’이 ‘김정은의 오지랖통신’으로 새 단장합니다. 작가의 생각과 일상을 맛깔스럽게 선보일 ‘김정은의 오지랖통신’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며칠 전, 오랜만에 은평구 불광역 근처에 있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방문하였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상반기 교육 일정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곳입니다. 이날은 일정이 한가할 때 다음 학기에 열릴 강좌 소개 동영상을 미리 만들자는 교육팀의 전갈을 받고 움직였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소품으로 필요하다는 ‘비장의 요리 소스’와 ‘앞치마’를 챙겨 들고요.

영상으로 소개될 강좌는 ‘홀로욜로 학교_음식의 기술편’입니다. 처음엔 전문요리사도 아닌데 굳이 부엌과 식탁을 오가는 공식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나설 필요가 있을까 망설였습니다. 가정주방장 은퇴 선언과 더불어 자유로운 작가 생활로 들어선 이 마당에 이런 강좌를 맡게 되면 오히려 ‘엄마=부엌’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게 될까 봐 조금 두려웠거든요.

용기를 내었습니다. 십여 년 전 외국에서 영문으로 ‘초간단 한국음식 레서피’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근래에 이걸 기초로 아이들이 엄마 없이 해먹을 수 있는 요리책을 준비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실제 교육과 병행하다 보면 책에서 놓친 부분을 좀 더 보완할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벌써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젊은 자식뿐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살게 된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도 앞으로 끊임없이 늘어날 것 같아요.

이런 시대에는 ‘이왕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지금을 즐기자’는 욜로(YOLO)족¹의 외침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자칫하면 자기 돌봄에 게을러지기 쉬우니까요. 그중에서도 하루 세 번 먹는 식사는 번거로운 일상노동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요즘 같아선 굳이 집밥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요. 돈 주고 사 먹는 밥도 좋고, 남이 차려주는 밥도 좋지요. 하지만 스스로 밥을 해먹을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홀로 지내는 사람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밥을 해 먹지 못해 난감한 사람들을 위해 30년 가정주방장이라는 명목으로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엄마들에겐 부엌살림 능력만으로도 얼마든지 나중에 필요한 ‘일거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요. 무엇보다 엄마 자신의 ‘홀로욜로 라이프’를 위해서라도 누구나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생활기술을 전파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습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전문적이고, 분화되거나, 어려워지는 현대 사회 도시 생활에 적응하느라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현실에 적응해왔던 우리들. 그러느라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단순한 일상기술을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 그 한가운데 홀로 내던져진 개인의 삶들이 어떻게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으면서도 완전히 고립되지 않고 타인과 적절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입니다.

혼자 먹는 밥에서 자유롭고 함께 먹는 식탁에서 즐거이 나눌 대화가 있다면 인생에서 더 필요한 게 무얼까 싶어요. 그런 삶을 위해 오늘 하루 정도 부엌과 친해져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1. 욜로(YOLO)족 : ‘You Only Live Onc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지금 행복해지는 삶을 선택하는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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