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정 홀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특정 기술 보유로 유찰을 방지하기 위한 소규모 담합을 이유로 다른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발주처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건은 당사자인 A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으로 판단했으며, 발주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은 A사를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처분했다. 이를 법원이 뒤집은 판결이다.

14일 대구지법 등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용역사업을 하는 A사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2가지 용역에 B사와 같이 입찰했다. 이후 A사는 낙찰자로 선정돼 13억5,000만원 상당의 용역 2개를 계약했다. 해당 입찰 건은 한수원에 확인한 결과 2014년 발주한 ‘정부과제연구비시스템 연계용역’과 ‘드림스 발전·구매·품질 WEB전환용역’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해당 용역이 유찰되지 않도록 B사가 형식적으로 입찰하도록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00만원 납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발주처가 공공기관이지만 계약금액이나 부당이득 규모 등을 종합해 A사 담합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한수원은 A사가 '담합을 주도해 낙찰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2019년부터 2년 동안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한수원의 부정당제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등의 법령에 의거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한 자에게 부정당제재를 하고 있다”며 “ 해당 건은 특수계약심의 위원회에서 부정당업체 제재 여부를 심의하고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에 A사는 감경 사유를 무시한 채 입찰참가를 제한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대구지법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사는 2014년 입찰 때 단독 입찰로 한 차례 유찰이 있자 사업 일정에 차질을 우려한 한수원 측이 유찰 방지 요청을 해 담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법 행정2부(장래아 부장판사)는 "당시 입찰이 특정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한정한 제한경쟁이어서 입찰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사실상 A사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한 차례 유찰 뒤 사업 일정에 차질을 우려한 피고의 유찰방지 요청으로 담합이 이뤄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이나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정과 원고가 해당 용역 업무를 별다른 문제 없이 완수한 점 등을 종합하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의 의견을 받아서 검찰청에서 항소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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