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협동조합이라는 단어가 제 삶으로 들어온 지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 구성원 다섯이면 설립 요건이 된다는 말에 겁 없이 법인등록을 했었습니다. 마침 저의 책을 출판해주신 사장님이 그즈음 ‘아빠학교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이 모든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만날 때마다 제가 ‘엄마학교협동조합’을 세울만한 적임자라며 권하더군요. 아빠 엄마를 테마로 협업하면 좋겠다고요. 엄마 바로 세우기에 관심이 있던 저에게 꽤나 유혹적인 제안이었습니다.

평생교육 비영리단체에서도 오랫동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마침 제가 진행하고 있던 이야기 과정에서 만난 몇몇 엄마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작가에게 아이디어와 기획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어서 콘텐츠가 넘치면 모를까 모자랐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간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쌓아놓은 경험도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데 적당한 불쏘시개가 되었지요. 사회공헌 비영리 활동으로 알게 된 인연의 도움도 컸습니다.

그러나 함께 일한다는 건 힘이 세지는 만큼 혼자와는 다른 취향과 변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초 나이 오십이 넘어서 뚜렷해진 각자의 고집과 주관을 지닌 사람들이 경제적인 보상도 없이 하는 일마다 함께 보폭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거의 예술에 가까운 일입니다.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제가 하고 싶었던 일만 고집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대표자로서 저의 업무는 이내 일에서 사람으로 옮겨갔습니다. 조합원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이들의 관계가 조화롭게 연결되며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단체도 법인등록을 해놓으니 어떻게든 소멸하지 않기 위해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일이 많더군요. ‘엄마가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과 관점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모았으나, 단체의 대표 직분을 수행하고 협업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대신할 만한 재미와 의미도 창출해야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함께 모여 먹을 식탁을 차렸고, 워크숍이라는 핑계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행을 부지런히 다녔지요.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전화해서 각자 사는 고민을 실컷 주고받는 일로도 한참이나 시간을 썼고요.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거나 실행을 겸하는 기획자로 살아가던 제가 어느새 조직관리자로서 사람의 일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더군요. 애초 단체의 설립 목적이 있지만 모호한 글은 읽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씩 더 구체적인 목표로 다듬어나가야 하는데 이럴 때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꼭 필요하니까요. 월급을 줄 수 있는 사장이었다면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보상에 골몰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저는 그간 ‘엄마학교’보다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이중적 시스템을 지탱하느라 3년을 온전히 투자한 셈입니다. 하지만 문득 제가 해 온 일이 과연 대표로서 합당한 업무였는지 의문이 드네요. 부디 이번에는 쓸데없는 오지랖이 아니었기를 간절히 빕니다.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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