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가장 흔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은총이다. 만약 조물주께서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값비싼 보석 같은 것들을 가장 흔하게 만들고, 값싼 공기나 물 같은 것들을 희소하게 만들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어떤 대상에 대하여 우리 인간이 가격을 정하는 중심기준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수요공급에 따른 희소가치다. 희소가치는 그것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시켜준다는 점과 다른 물건과 바꿀 때 비싸게 쳐준다는 교환가치 때문에 의미가 있다.

우리의 생존과 생활에 꼭 필요한 가치, 즉 사용가치는 절대가치인 반면에 인간이 정한 교환가치는 그때그때 변하는 상대가치다. 교환가치는 생존에 꼭 필요한 절대가치가 흔들리지 않고 공급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의미 있는 가치다. 물이 없거나 공기가 없어서 죽어가는 마당에 금은 보화가 비싼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회사가 망해간다면 인기 있는 그 회사주식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는 경험했다. 평상시 모자나 옷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값 쌌던 마스크가 코로나19의 확산위험 앞에서는 생명처럼 귀했다. 귀금속상 앞에는 줄을 서지 않았어도 마스크를 사려고 늘어선 줄에는 서로 양보가 없었다. 상대가치가 절대가치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6월말 현재, 지구촌 전체의 코로나 19 확진 자수는 천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수도 50만 명을 넘어섰다. 감염자수대비 치사율이 5%다. 감염초기 1~2%대 치사율은 옛날 이야기다.

지구촌 전체로 볼 때, 코로나 19의 전염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세계 보건관련 학자들의 분석이고 보면,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변종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나가야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공산품의 생산과 백화점 매출위축만 고민할 때가 아니다. 쌀은 좀 덜하겠지만 생존에 필요한 농업생산물도 과거처럼 풍족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우리나라 농촌지역에도 과거와 달리 외국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영향으로 외국산 원부자재의 조달이 어렵게 된 것처럼, 외국 노동자의 공급도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있기에 식량문제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 관계당국에서는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다.

더 화려한 삶이 아니라 더 안전한 삶을 고민할 때가 왔다.

더 진한 삶이 아니라 더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할 순간이 왔다.

지난 달, 지상에서 2미터 거리 두기에 무관심했던 이웃이 이 달에 2미터 땅속에서 묻혀있게 될 줄을 누가 알았더란 말인가?

이처럼, 백성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고 있는 절박한 이 시절임에도 정치권에서는 자기몸값 올리기, 자기편 세력 넓히기가 급선무요 최우선 과제인 듯, 옳고 그름(義 不義)은 실종되고, 내 진영에 좋고 나쁨( 好 不好)만이 정치 선(政治 善)의 기준이 된 듯 싶다. 백성들의 안전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익집단처럼 보여 쓸쓸하다.

그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절대권력”이라는 것도 죽음 앞에서는 바람에 나는 낙엽처럼 덧없는 “상대가치”일 뿐인데도 말이다.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꾸러미’ 저자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