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최근 1개월간 ‘인플루엔자(독감) 4가 백신’입찰을 마감한 8건 중 6건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찰 사유는 무응찰과 단독응찰이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백신 공고를 분석한 결과 8월 27일~9월 26일 개찰한 8건 중 6건이 유찰됐고, 유찰로 인해 재입찰과 재공고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입찰들은 국가 무료 예방접종과 별개로 지자체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유·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위해 실시한 입찰이다.

개찰한 8건 중 2건만 낙찰 업체가 정해졌으며 나머지 6건은 유찰됐다. 유찰사유는 무응찰이나 단독응찰이다.

대전지방교정청이 지난 7일 입찰에 부친 ‘2020년 독감예방 백신 구매’는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됐다. 마감 날인 15일과 22일 모두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무응찰이다. 대전지방교정청이 입찰 낸 1만5,710 도즈의 총액입찰 가격은 2억3,093만7,000원이다. 1도즈당 1만4,700원꼴이다.

두 차례 유찰로 인해 대전지방교정청은 25일 긴급공고를 내고 배정예산을 1도즈당 1만9,000원인 2억9,849만원으로 증액했다. 기초금액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1도즈당 1만8,000~9,000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최초의 입찰 때보다 기초금액이 약 20%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무응찰이나 단독입찰로 유찰된 6건은 1도즈당 백신 가격은 1만6,500~1만7,000원이며 경기도 경우는 1만8,000원이다.

‘상온노출’ 사태에 휩싸인 신성약품은 백신 1,259만1,190도즈를 약 1,006억 원에 따냈다. 조달 가격은 도즈당 8,740원이다. 최근 입찰 나오는 백신 가격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조달청의 가격 후려치기로 인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중단은 예고된 사고라는 이유다. 물론 수량에서 차이가 많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서울의료원과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 4가 백신 입찰가는 1만800원으로 국가 무료 접종 백신보다 1도즈당 2,060원이 비싸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4가 독감 백신의 가격은 1만4,000원으로 알려졌다. 일반 병원에서의 백신 접종 비용은 3만~4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9월 28일~10월 6일 입찰이 마감되는 4건 중 경기도와 포항시는 유찰로 인한 재입찰이며, 장성군과 영동군은 처음 나온 입찰이다. 재입찰의 경우 가격 변동이 없으며 처음 나온 입찰도 1만6,500원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없거나 낙찰자가 없을 경우 등에 따른 재입찰 또는 재공고 입찰은 기한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에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찰 후 재입찰로 다시 나온 이들 공고도 입찰 가격은 유찰된 입찰 가격과 같아 개찰할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전지방교정청의 경우 두 차례 유찰된 후 백신 입찰 예산이 약 20% 상승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찰 전망은 어렵지 않다.

이번 시즌의 독감 백신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와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트윈데믹 (twindemic·비슷한 2개의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중앙조달과 지방자차단체 자체 조달 등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입찰 방식과 가격도 제각각이다.

‘상온노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독감 백신에 대한 입찰 방식은 변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필수예방접종 백신 공급 방식 변경에 따른 가격산정 및 조정체계 개선방안’(책임연구원 채수미) 보고서에서 “‘예방접종 비용 심의위원회’가 가격 결정에 대한 권위 있는 권고를 하도록 하고, ‘입찰 평가 위원회’를 신설해 국가와 공급사의 직접 협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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