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그룹의 모태이자 85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서울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최종 결정했다.

중구 소공동 본점 면세점을 통해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한판 승부를 벌여보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14일 "강남점과 본점을 후보지로 검토한 끝에, 시장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본점 본관으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계획 중인 신규 면세점은 1만8180㎡(5500평) 규모다.

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모태다.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신세계 건물 전체를 통째로 면세점으로 전환, 세계적 '랜드마크' 관광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건물은 1930년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쓰코시(三越) 경성점이 들어섰고, 1955년 동화백화점을 거쳐 1963년 11월 신세계백화점으로 변신했다.

화려한 근대건축의 모습을 재현한 중앙계단, 고전적인 스타일의 엘리베이터, 내부자재 등이 VIP 고객에 맞춰 설계됐다. 명품관 예술작품과 어우러진 프리미엄 문화면세점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신세계는 설명했다.

특히 백화점 본관 옆 옛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건물에 다양한 고객서비스 시설,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해 면세점의 고품격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SC은행 건물은 1935년 세워진 근대 건축물로 외국계 은행 소유의 건물이었으나 신세계가 최근 850억 원을 투자해 되찾았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신세계가 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1호 백화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한 것은 20년 숙원을 풀기 위한 파격 카드라는 평가다.

면세점 사업은 신세계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떨어져나온 이후부터 줄곧 관심을 가져온 장기 숙원이다. 오너인 정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전략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이날 신세계백화점이 시간외 주식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 300만주, 약 3495억원어치를 매각한 것도 면세점 사업을 위한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만큼 면세점에 향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신세계는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면세점 공급이 절대 부족한 명동 상권에 면세점을 설치해야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없애고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입지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상권은 면세점 공급이 부족해 오랫동안 줄 서 쇼핑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며 "그런 점을 고려해 핵심상권에 차별화된 고품격 면세점을 선보여 시장을 키우고 관광산업 및 내수경기 활성화,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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