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채동하 기자]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자 대형가맹점에 불똥이 튀었다.

금융당국이 연 매출 50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 결과 연간 8,000억 원이 경감됐다. 반면,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은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이에 국내 8개 신용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에 카드 수수료를 최대 0.3%p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소형 가맹점을 돕는 개편안을 적용하자 카드사들은 인하 부분을 대형가맹점에 떠넘기는 꼴이 됐다.

· 카드 가맹점 96% 우대혜택 연간 8,000억 원 경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에 따라 가맹점에 카드수수료를 통보한 결과 연 매출 500억 원 이하 가맹점은 연간 약 8,000억 원의 수수료가 경감됐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 우대가맹점은 연간 5,700억 원이 줄었다. 개편을 통해 우대구간을 5억 원에서 30억 원 이하로 확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이 지난 1월말 기준으로 262만6,000개로 전체가맹점의 96% 달했다.

우대 적용 가맹점은 편의점 89%, 슈퍼마켓 92%, 일반음식점 99%, 제과점 98%이다.

[우대수수료율 체계]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담배 등 고세율 품목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경우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연간 카드수수료 부담이 약 400억원 가량 경감”됐다고 밝혔다.

신규 가맹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파악이 불가능해 업종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7월 말 우대 가맹점으로 선정될 경우 수수료율을 소급 적용해 수수료 차액을 환급받게 된다.

· 연 매출 10억원 이하 세액공제 확대로 실질 수수료율 0.1~0.4%

연 매출액 10억 원 이하 가맹점의 경우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 한도를 연 500만원 에서 1,000만 원으로 확대함에 따라 실질 수수료 부담이 크게 경감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10억 원 이하의 경우, 기존에는 수수료가 2.05%, 세액공제금액 1.3%에 한도가 500만 원으로 연간 약 525만~1,550만 원이었다. 반면 개편 후에는 카드 수수료 1.4%, 세액공제 1.3%에 공제 한도를 1,000만 원으로 확대해 연간 50만~400만 원으로 최대 1,150만 원이 경감되는 구조다.

실질 수수료율을 따져보면 기존에는 1.05~1.55%였으나 개편 후에는 0.1~0.4%로 낮아졌다.

[우대수수료 및 세액공제 확대 효과를 반영한 실질수수료 경감 효과]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매출액 30억 원을 초과하는 일반 가맹점의 경우는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유도로 인해 수수료가 연간 2,100억 원 줄었다.

연 매출 30억∼100억 원 구간의 가맹점은 평균 0.3%p, 100억∼500억 원은 평균 0.2%p 인하됐다.

기존에 연 매출 30억∼500억 원 구간 가맹점에 적용된 수수료율 수준은 평균 2.26∼2.27%로, 이번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에 따라 통보된 수수료율은 평균 1.97~2.04% 수준이다.

· 카드사들 500억 원 초과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통보

500억 원 초과 대형가맹점은 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는 낮아진 반면 대형가맹점의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마케팅 비용 문제다.

기존에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모든 가맹점에 공통으로 배분했으나, 이번 개선에서는 마케팅 혜택은 마케팅이 진행된 가맹점이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마케팅 혜택이 집중된 연 매출 500억 원 초과 일부 대형가맹점의 경우 카드 수수료에 반영되는 적격비용률이 인상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마케팅 비용 부담을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하고 일반 가맹점과 대형가맹점 간의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마케팅 비용 산정 방식은 부가서비스 적립과 이용에 직접 관련된 가맹점에 비용을 부과하고, 일반 가맹점의 적격비용(원가)에 반영되는 마케팅 비용 상한을 30억∼100억 원, 100억∼500억 원, 500억 원 초과로 구간을 세분화해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 금융당국 "부당하게 높거나 낮은 수수료율 적용 점검하겠다"

금융당국의 우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인상 불똥이 튀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 국민, 현대, 비씨, 롯데, 우리, 하나 등 8개의 카드사는 연 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에 카드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상률은 0.3%p 내외 수준이다.

지난 1월 말까지 연 매출 30억~500억 원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약 2.18%이었다. 반면 연 매출 500억 초과 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은 약 1.94%에 불과했다. 매출이 적은 가맹점이 대형가맹점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요 대형 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은 대형마트 약 1.94%, 주요 백화점 약 2.01%, 주요 통신 업종 약 1.80%이었다.

카드사들은 우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 매출 30억~500억원의 수수료가 1.90~1.95%로 낮아지자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가맹점에 부당하게 높거나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1분기 중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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