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회사 인간company man이란 용어가 있다.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회사가 기대하는 모습을 갖추려고 애쓰며 회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런 회사 인간은 없어진다. 그건 한번 회사에 입사하면 평생직장이 된다고 믿었던 70,80년대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과거 회사 인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걸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회사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냈다. 군대식 명령과 복종만 존재했던 회사 인간의 삶에서 개인의 삶은 그야말로 사치였다. 가정도 회사에 종속되었다. 회사가 필요하면 가족도 모두 동원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불속에도 뛰어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회사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 인간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 그들은 엄청난 불안감과 상실감에 사로 잡힌다. 회사가 삶의 전부였는데 그 둥지를 떠나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온 회사 인간이 개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실상 어렵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개인 인간이 우선이고 회사 인간은 한 때 머물렀던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 개인 인간은 모든 삶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가 개인에게 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 그런데 아직도 회사 인간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튼튼한 울타리 속 회사에서 안주하고 싶은 생각에 도무지 담장너머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않는다.

회사 인간이 회사 담장을 벗어나는 일은 갑자기 일어난다. 회사 인간에서 개인 인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채 갖추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 당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 인간에 대한 확고한 개념과 의지가 확립되어야 상황이 변해서 회사를 떠날 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개인 인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남에게 의탁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마음 가짐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보다는 남을 낫게 여기고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가정과 회사와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까를 연구하는 가치와 보람을 찾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불편해서 돌아눕는 것이 인간이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한번 편안함을 맛보면 절대로 불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회사가 주는 안온함과 월급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도전 정신은 사라지고 어떻게든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본성에 이끌려 살게 된다. 독서와 글쓰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개인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필수이지만 처음에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모두가 외면한다. 편안한 방법으로 안주하려는 자세가 불편한 과정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회사 인간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개인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다짐을 하고 조금 불편해도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kr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