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채동하 기자]

비건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축산 대국인 호주가 전 세계 3위의 비건(vegan. 완전 채식주의자) 시장으로 떠올랐다. 아랍에미리트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비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에서 ‘vegan’에 대한 검색을 가장 많이 한 국가가 호주다.

비건은 육류나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을 모두 제외하고 완벽한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호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산국가이지만 육류 섭취량은 감소한 반면 비건 식품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해 식품 업계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 호주 채식주의자 250만명 중 비건 인구는 40만 명

KOTRA 호주 멜버른 무역관에 따르면 호주 비건식품 시장 규모는 올해 1억9,98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약 1,650억 원)로 지난 3년간 30%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20년에는 2억1,50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약 1,76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로이 모르간 리서치는 호주 전체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250만 명이 채식주의자이며, 이중 비건 인구는 40만 명으로 추산했다.

IBIS World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소비자들이 비건을 추구하는 주요 이유로 환경보호와 건강관리 트렌드 그리고 육류 가격의 상승을 꼽았다.

실제로 2014년부터 호주 쇠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육류 대체식품의 가격은 하락해 왔다. 호주 청정우의 경우 중국 중산층에서 선호해 지난 1년간(올 2월 기준) 3만 톤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이는 2012년 2,000톤을 수출한 것과 비교하면 15배 증가했다.

· "건강 우선" 사회 문화가 비건 시장 확산에 원동력

호주의 비건 식품 시장이 커진 데는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 문화가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육가공 식품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나 유제품과 포화지방의 축적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며 대체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CSIRO와 애들레이드 대학의 설문조사에서 호주인 6명 중 1명이 우유 알레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해 유제품을 완전히 끊었다고 답변했다.

지난 6월 시드니에서 개최된 ‘굿 푸드 앤 와인 쇼’의 특징도 웰빙을 위한 건강 기능 식품의 다양화가 꼽힌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이 풍부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콤부차, 김치, 케피어 등 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김치를 찾는 현지인들이 많아지면서 현지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김치 소스, 캔 김치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호주 현지 업체가 만든 김치 주스 제품. 사진= Kehoe’s Kitchen 홈페이지

· 호주 기업이 유기농 김치 주스 백김치 주스 생산

호주에서 인기 있는 비건 음료는 건강식 김치 주스와 커피,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이다.

유기농 김치 주스와 백김치 주스는 현지 비건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음료로 판매되고 있다. 주요 슈퍼마켓과 유기농, 건강식품 매장에도 입점했으며 해외로도 수출된다.

김치는 미국의 권 위있는 건강잡지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 중의 하나다.

세계적인 발효식품이자 건강식으로 알려진 김치의 인지도가 상승하자 주스로 만들어 판매하는 호주 제조사가 등장한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발효식품 제조사인 Kehoe’s Kitchen은 ACO 유기농 인증을 받은 호주산 백김치로 호주 식품 대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주스를 만드는 배추, 양파, 소금, 생강, 마늘 등 모든 재료는 100% 호주산으로 250ml 김치주스의 소비자가격은 7.80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약 6,400원)다.

김치 주스는 호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기농 식품 회사인 골드마인이 김치 주스를 개발해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발효식품인 김치를 활용한 건강식으로 먹는 즉시 입안을 톡 쏘는 독특한 맛이 매력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소이 브랜드의 아몬드 밀크 요커트.

·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코코넛 밀크이나 두유 등 사용

아이스크림과 요거트, 커피도 이제는 비건이다. 호주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매그넘, 맨앤제리, 코네토, 블루로빈, 웨이즈도 우유를 넣지 않은 비건, 고단백, 저칼로리, 글루틴 프리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비건 아이스크림은 완두콩 단백질, 두유, 코코넛 밀크 등을 넣어 만들었으며 Coles 등 현지 대형 슈퍼마켓 매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요거트의 경우도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나 코코넛 밀크, 두유로 만든 비건 요거트가 인기다. 와이즈 버니, 코코 벨라, 소이 라이프 등의 브랜드에서 선보이고 있다.

두유와 아몬드 밀크는 우유의 대체품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다. 호주 시장의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4%씩 증가해 지난해 기준 1억6,58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약 1,350억 원)에 이른다.

특히 호주 카페에서 우유 대체품으로 소이 라떼, 소이 카푸치노 등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 우리나라 채식 제품 매출 증가...식물성 음료 ‘아몬드 브리즈’ 인기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약 2~3%인 100만~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채식 전문 레스토랑은 지난해 기준 전국 350여곳에 이르며 채식 품목의 매출도 늘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육류나 생선류를 대체하는 채식 품목 매출이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콩고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 베지 시즈닝(식물성 조미료)은 8%, 채식라면은 11%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식물성 음료의 경우 ‘아몬드 브리즈’가 급성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아몬드 전문 기업 블루다이아몬드와 손잡고 2015년 국내에 선보인 아몬드 브리즈는 지난해 전년 대비 64% 성장하며, 3년간 연평균 증가율 74%를 기록했다.

코카콜라도 아몬드로 만든 씨앗 음료 ‘아데스’를 지난해 8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두유 전문 기업인 정식품도 ‘리얼 아몬드’와 ‘리얼 코코넛’ 등 식물성 음료를 잇따라 출시하며 비건 음료 시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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