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9일 일명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 정보법을 말한다. 법 발의 14개월 만이다.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안의 핵심은 개인 정보에 대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화한 ‘가명 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반출 가능한 데이터는 기업의 다양한 상품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나 양적 규모가 커지고, 수집‧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데이터의 유통은 금융, 의료, 교육 등 전 산업에서 파급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관련된 분야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금융업계는 ‘오픈뱅킹’ 등 핀테크 혁신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신용 정보 등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조회 등의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의료 분야에서는 개인의 건강 정보를 활용해 정밀의료, AI 진단, 원격 의료 등 의료 혁신이 가능해진다. 헬스케어 관계자는 “정밀 의료의 경우 촬영한 사진·영상을 의사가 육안으로 살피는 것보다 AI 기술이 더 높은 정밀도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과 신산업 창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산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산업계의 혁신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환영의 입장이다. 그러나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문제를 비롯해 정보 유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0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를 개최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0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를 개최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계가 환영하는 이유

‘데이터 3법’ 국회 통과에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 통과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의 숙원이 이루어져 관련 산업은 동력을 얻게 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세”라고 외치며 반겼다.

대한상의는 입장문을 통해 "데이터 3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와 같은 것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물론 기업들이 고객 수요와 시장 흐름을 조기에 파악·대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데이터 기반의 산업발전은 물론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시대와 데이터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데이터 개방·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데이터 간 융합과 활용 촉진을 통해 데이터 산업 육성을 본격 지원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축적이 어려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상품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개인 정보 규제를 근간으로 한 법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로 혁신적인 신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의 대부분도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을 이루어냈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는 기업이 데이터 수집이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한국은 협의 중인 유럽연합(EU)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 국가' 지정도 평가 승인이 예상된다. 그동안 개별 기업별로 GDPR 준수 여부를 평가받아야 했다. 국가 승인이 되면 이런 불편함이 없어져 국내 기업의 EU 진출이 보다 용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9일 국회에서 '데이터 3법' 국회통과에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9일 국회에서 '데이터 3법'의 국회 처리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이유

시민사회에서는 헌법에서 부여한 개인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훼손한 법이라며 최악의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논리가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정보인권을 포기한 국회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1월 9일은 인간성의 일부인 개인 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버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이윤추구를 위해 제대로 된 통제장치 없이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에 전례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하도록 길을 터주었다”고 비난했다.

기존에는 내 정보는 내가 허용해야만 유통될 수 있었다. 개인 정보를 활용할 때 반드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등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비식별화한 가명 정보 데이터를 미래 산업 발전에 활용하게 됐다. 개인 정보가 주체의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가명 정보는 정보 주체를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 처리한 개인 정보를 뜻한다. 기명 정보는 통계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기명 정보라 하더라도 기업이나 관련 기관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함에 있어 별도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명 정보는 데이터 처리 방법에 따라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제된 상황에서 사용해야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번 개정안은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해놓았다.

실명이 아니라 가명 정보 활용에 대한 조치다. 우선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 정보 처리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가명 정보 처리나 데이터 결합 시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특정 개인을 알아보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나 형사벌 외에 전체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가명 정보는 누구도 임의로 만들 수 없다. 기업들은 실명을 가명화하는 과정이 적절했는지, 어디에 활용했는지 등의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 3법을 활용하기 위해서 기명 처리 절차, 보안조치 등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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