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햇살’, 1915년, 콘스탄틴 윤(1875~1958),캔버스에 유 채 , 1 07 x142cm, 트레차코프 미술관
‘3월 햇살’, 1915년, 콘스탄틴 윤(1875~1958),캔버스에 유 채 , 1 07 x142cm, 트레차코프 미술관

한편, 이동파의 풍속화와 함께 또 하나의 산맥으로 발전하던 무드 풍경화는 이동파의 해체를 맞아 예술적 변화를 거듭한다. 1894년 레핀 등 이동파 핵심 화가들이 미술 아카데미 교수로 취임하고 미술계의 주류가 예술 아카데미로 넘어가면서 이동파는 해체된다. 19세기 러시아 미술의 핵심으로서 이동파는 세계 어느 미술사에서도 볼수 없는 예술적 쾌거를 이뤄내지만 1923년 전시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러시아 혁명과 더불어 미술계 또한 아방가르드라는 예술적 변화를 겪는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915년에서 1932년에 일어난 신원시주의, 광선주의, 칸딘스키의 추상,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타틀린의 구축주의, 리시츠키의 구성주의 등 다양한 미술 흐름을 지칭하는 용어로, 잭 다이아몬드파, 푸른 세계파, 예술 세계파 등 여러 미술 화파들이 참여했다. 이 시기 러시아 미술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조의 미술이 모두 공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지던 시기였던 것이다.

또한 현대 미술의 바탕을 이루었던 러시아 화가들 대부분이 이 시기에 활동하던 화가들(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 등)로, 러시아 미술은 세계 모더니즘의 뿌리 역할을 하며 미술사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 시기 러시아 리얼리즘 풍경화는 인상주의적 기법이 함께 연구되어지며 빛의 표현, 색채의 표현이 주 관심사가 되었고, 러시아 자연에 인상주의적 빛이 가미된 일련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시기 러시아 풍경화의 대표적인 화가로 콘스탄틴 윤과 이고르 그라바르를 들 수 있다. 러시아 예술 세계파의 일원인 콘스탄틴 윤은 러시아 일반 마을의 정경, 즉 교회탑이나 오래된 나무, 마을의 작은 집들이 엮어내는 아름다운 아우라를 화폭에 담는다. 맑게 갠 하늘 아래의 눈꽃, 반짝반짝 빛나는 눈길, 그 눈 위에 비친 푸른 그림자는 혹한 속의 투명한 공기와 새봄맞이의 생동감을 맑게 표현하고 있다. 윤의 풍경화에는 햇빛이 담겨 있다. 그림 속에 색채와 함께 따스함이 배어 있는 풍경화이다.

‘2 월 하 늘’, 1 9 0 4 년 ,이고르 그라바르(187 1~1 9 6 0 ) , 캔버스에 유 채 ,141x83cm, 트레차코프미술관.
‘2 월 하 늘’, 1 9 0 4 년 ,이고르 그라바르(187 1~1 9 6 0 ) , 캔버스에 유 채 ,141x83cm, 트레차코프미술관.

미술 사학자이며 교수인 그라바르는 후기 인상주의 기법에 관심을 가지고 맑은 햇살 속에 여러 물체들이 엮어내는 색채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방법으로 표현해 낸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섬세한 터치 속에 여러 색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다양한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사실 인상주의 색채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라바르 그림에 많이 열광한다. 그는 현대 리얼리즘 풍경화, 특히 쿠가츠 사단에 큰 예술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레닌 사후 스탈린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술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경향을 요구 받으며 그 활동을 멈추게 된다. 예술가들에게 ‘정직, 진실성, 혁명성 그리고 프로레타리아 혁명의 표현에 있어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예술성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1932년 <문학신문>에 게재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1934년 공식적인 예술로 규정되면서 모든 작가들은 공산주의의 정치적, 사회적 이상을 찬양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봄’ , 1 9 5 4 년 , 플라스토 프 아 르 카 지 ( 1 8 9 3 ~1 9 7 2 ) , 캔버스에 유 채 ,210x123cm, 트레차코프미술관.
‘봄’ , 1 9 5 4 년 , 플라스토 프 아 르 카 지 ( 1 8 9 3 ~1 9 7 2 ) , 캔버스에 유 채 ,210x123cm, 트레차코프미술관.

이 시기 러시아 리얼리즘 풍경화는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숨죽여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작품을 함께 그리며 생존해간다. 그러다 스탈린 사망 후 후루시쵸프의 등장과 함께 러시아 풍경화는 새로운 해빙을 맞게 된다. 그선두에 플라스토프의 그림이 있다.

플라스토프의 <봄>은 1954년 그려진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이다. 봄의 달콤 함을 노래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당성을 찬양하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스탈린 사후 공산사회에 분 새로운 바람, 개혁의 바람을 봄맞이 목욕을 즐기려는 모녀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그림 속의 빛은 충분히 밝고 환하다.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를 담는 바로 그 색깔이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이야기>(자유문고)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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