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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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타임스=이원하 기자]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를 치매라고 한다.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손상된 인지 기능으로 기억과 언어력, 시공간 지각력, 계산력 등이 나타난다.

특히 기억력의 상실과 슬퍼하거나 난폭해져 가족뿐 아니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한다.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는 물론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대소변 실금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전적 요인이 전체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약 40~50%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학정보에 의하면 프리세닐린 1 유전자(염색체 14번에 위치) 등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가족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40~50대에 발병하는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만 관여한다.

40대에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진 남성이 60대 후반까지 이 병에 걸리지 않게 막아준 희귀한 알츠하이머병 예방 변이유전자가 발견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 대학병원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을 유발하는 위험 유전자를 가졌지만 67세까지 발병하지 않은 남성에게서 알츠하이머병 예방 변이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16일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예방 변이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수년 전 한 여성에게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변이를 확인한 데 이어 두번째라며 이들 연구 결과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발병을 막아주는 새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ADAD는 희귀한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으로 막단백질 프레세닐린1 암호가 담긴 유전자 'PSEN1'의 변이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40~50세 젊은 나이에 기억력 손상 같은 초기 인지 장애가 나타나며 발병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콜롬비아 시민 6,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회복력' 연구의 하나로 PSEN1 유전자 변이가 있는 1,200명의 임상 및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PSEN1 유전자 변이가 있고 뇌에서는 심각한 위축과 아밀로이드 플라크, 스파게티처럼 얽힌 타우 단백질 등이 발견됐음에도 67세까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은 한 남성을 발견했다.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제된 연구성과. 이미지=Nature Medicine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제된 연구성과. 이미지=Nature Medicine

이 남성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이를 연구팀이 수년 전 한 여성에게서 발견한 알츠하이머병 예방 변이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이 남성은 여성과는 다른 희귀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인 'APOE'(apolipoprotein E) 유전자에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라는 변이가 30년간 발병을 늦춘 것으로 분석됐으나 이 남성은 신호 단백질 리일린(Reelin) 정보가 담긴 유전자(RELN)에 희귀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여성은 뇌 전체에 걸쳐 알츠하이머병 표지물질인 타우 단백질 집합체가 없었으나 이 남성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초기에 특히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인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에만 타우 단백질 집합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RELN 유전자 변이가 타우 단백질 응집을 막는 물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POE 유전자와 RELN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들 변이 유전자와 같은 기능을 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시기를 20~30년 늦추는 약이 개발되면 인류가 직면한 최대 보건의료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하버드대 의대 조지프 아르볼레다-벨라스케스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서 "약물로 내후각 피질을 보호한다는 가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병에 걸리는 쥐의 뇌에 돌연변이 형태 리일린 단백질을 투여해 보호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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