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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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제철을 맞았다. 7~8월이 수확 시기다.

수박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수박서리다. 먹을 것이 흔하지 않던 시대에 수박서리는 허기를 채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도둑 놀이였다. 수박을 서리하던 아이들이 밭 주인에게 들켜 쫓고 쫓기는 한밤 추격전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풍경이다.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각지에 퍼진 것이 약 500년 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연산군일기’에 수박 재배에 대한 기록이 있어 그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밭은 물론 하우스를 통한 연중 재배가 가능한 과채이다. 씨 없는 수박, 노랑 수박 등 다양한 품종이 생산되고 있다. 암수 한 그루인 수박의 꽃말은 ‘큰마음’이다.

수박은 더위에 지친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 제격이다. 더위를 식혀줄 뿐 아니라 수분이 많아 이뇨작용에도 좋다. 주로 썰어서 먹고 화채나 주스로도 먹는다. 껍질의 하얀 부분은 요리해서 밥상에 올릴 수 있다. 수박을 쪼갤 때면 늘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족이든 동네 이웃이든 한 조각씩 나눠먹으면서 얘기꽃 웃음꽃을 피운다. 수박이 화합과 소통의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수박 없는 여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최근 시장이나 마트의 과일 코너에 수박이 많이 깔려있다. 덩치가 커서 눈에 잘 띈다. 수박은 잔뜩 쌓여있지만 선뚯 손이 나가지 않는다. 소비자 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는 가운데 수박값도 2만원을 훌쩍 넘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수박값이 32%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올봄의 큰 일교차로 생육이 지연된 탓이다.

서민들의 한숨은 뒷전이고 정치권에서는 '수박' 논쟁이 뜨겁다. 맛이 아니라 계파 갈등이 수박 터지듯 폭발한 것이다. 갈수록 조롱과 비난이 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야당 내에서 수박은 겉으로는 소속 정당을 지지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당을 지지하는 인사를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수박은 겉은 초록이지만 속은 빨강이다. 해방 무렵에 우익이 좌익을 향해 조롱할 때 썼던 말이라고 한다.

그 흔한 수박조차 선뜻 살 수 없는 서민들은 한숨만 늘어 가는데 정치권에서는 수박 논쟁에 함몰돼 있다. 더 이상의 '수박' 타령은 껍질까지 버릴 게 하나 없는데다 사람들을 끌어모아 소통을 이끄는 수박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수박. 서민들에게는 여름을 나는 최고의 과채임에 틀림없다. 정치권은 서민들이 수박 한 조각 마음놓고 먹을 수 있게 민생에 신경 쓸 때다. 답답한 속이 시원하게 뚫릴 날을 기대한다. 수박은 ‘큰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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