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매운맛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해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적당한 매운맛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해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소셜타임스=최희주 기자]

최근 미국의 10대 청소년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 먹기' 챌린지에 도전해 매운맛 과자를 먹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해당 챌린지는 일정 시간 물이나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티는 도전을 권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 불어닥친 매운맛 열풍으로 매운 음식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맛은 ‘마라’가 큰 인기를 끌며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같은 원조 중국요리가 유행했을 뿐만 아니라 치킨, 피자, 라면, 버거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된장찌개에도 청양고추를 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먹거리의 주도권이 매운맛으로 넘어가 매운맛 식품이나 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운 음식은 땀을 흘리고 눈물을 쏙 빼면서 먹지만 먹고난 뒤의 시원한 쾌감 때문에 중독된다. 

동의보감에는 ‘매운맛이 뭉친 기운을 흩어 주고 마른 것을 적셔 주는 작용을 해 나쁜 기운을 빠져나가게 하고, 몸에 막힌 곳이나 쌓여있는 것들을 풀어주며,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매운 음식과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힘줄이 땅기는 근급이 생기며 손톱과 발톱이 윤기가 없고 마른다고 하기도 했다.

적당한 매운맛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해로울 수 있다. 극도의 매운맛은 위와 장의 점막 손상, 심한 속 쓰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도염, 설사, 위궤양과 같은 소화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연구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K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암 발생을 촉진한다. 캡사이신은 알칼로이드 일종으로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다. 고추씨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으며 껍질에도 포함돼 있다.

캡사이신을 과다 섭취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K 세포)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 사진=pixabay
캡사이신을 과다 섭취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K 세포)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 사진=pixabay

▲ 매운맛 내는 성분

매운맛은 혀에서 통각으로 느껴지는 감각이다. 단맛, 짠맛, 신맛 등과 같은 미각이 아니다. 때문에 매운맛은 아픈 맛으로 분류된다. 입안 전체가 타오르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바로 아픈 통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속 쓰림과 배탈 뿐 아니라 어지럼증을 느껴 실신을 하거나 매운맛을 내는 일부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며 극한의 상황엔 사망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장기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크게 4가지다. 마늘과 양파 속에 들어있는 알리신, 후추의 성분인 피페린, 겨자와 고추냉이에 함유돼 있는 시니그린,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으로 나뉜다.

고추의 매운맛은 내는 캡사이신은 씨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캡사이신은 원래 동식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식물 영양소 성분이다.

캡사이신은 혀의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하며 이 물질은 뇌로 전달된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말초신경을 통한 자극으로 인해 느껴지는 통증의 일종인 것이다.

캡사이신 농도를 측정하는 지수를 스코빌 지수 (Scoville scale, SHU)라고 한다. 피망은 '0', 청양고추는 ‘4000~1만', 타바스코는 '3만~5만’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페퍼 X (Pepper X)’는 스코빌 지수가 318만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사망사고를 불러온 세상에서 가장 매운맛 과자에 들어간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 나가 바이퍼 고추는 청양고추보다 최대 220배 매운 고추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 매운맛에 중독되는 이유

매운맛에 중독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매운맛 음식을 먹고 난 뒤의 쾌감 때문이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과 후각을 통해 느낀다. 맛이 아닌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는 온도를 느낄 수 있는 4가지의 ‘온도 수용체’가 존재한다. 온도 수용체로 감각하는 자극이 바로 매운맛이다.

43℃ 이상의 온도를 느끼는 'TRPV1 온도 수용체'는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 알리신 등에 의해 활성화된다. 우리가 매운 음식을 섭취했을 때 TRPV1 온도 수용체가 활성화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한다.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이유다.

이때 뇌는 통증을 상쇄시킬 수 있는 ‘엔도르핀’을 분비하고 엔도르핀이 천연 진통제의 역할을 하는 동안, 함께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땀 배출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도와준다.

매운맛은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은 빠르게 없어지고 엔도르핀에 의한 시원한 쾌감만 남게 된다. 때문에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엔도르핀의 효과는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의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운 맛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 맛에 중독되는 이유다.

우리 몸은 쾌감을 만들어 내는 엔도르핀의 유혹을 기억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 매운맛 뒤의 쾌감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매운맛에 중독되는 원인인 셈이다. 

적당한 매운맛은 시원한 쾌감과 함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할 뿐 아니라 식욕 촉진, 스트레스 완화 등의 도움을 준다. 

달걀노른자는 위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매운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달걀노른자는 위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매운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 매운맛 자극 완화하려면

매운맛은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등을 활용하면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매운맛의 자극을 줄여줄 수 있는 식품은 지방 성분이 포함된 우유나 아이스크림이 좋다. 탄수화물 성분 역시 캡사이신을 분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통증으로 인한 신경세포의 자극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짠맛의 경우 매운맛에 의해 자극되는 뇌의 영역과 동일하기 때문에 매운맛을 더 강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흔히 매운맛을 완화시키기 위해 물을 마신다. 그러나 매운맛을 내는 성분들은 대부분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물은 매운맛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벽을 보호해 주는 달걀노른자는 매운 음식을 먹기 전이나 함께 먹으면 좋다. 매운 음식을 먹은 후에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의 온도를 내려 매운맛을 느끼지 않게 한다.

우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은 혀에 남아있는 매운맛 성분을 분해해 주기 때문에 매운맛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준다.

▲ 매운 음식 많이 먹으면 기억력 감소?

매운맛이 ‘치매’ 위험성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지욱 교수 연구팀은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와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참여자 113명의 인지 기능은 정상이었지만 83명은 ‘경도 인지 장애’로 평가됐다. 특히 강한 매운맛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초기 ‘기억 손상’ 소견이 관찰됐으며 매운 음식을 즐겨 먹었더라도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한 노인들은 인지 기능의 저하가 급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체 활동이 활발하면 체내 대사를 통해 신경 독성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카타르 대학교와 남부 호주 대학교 연구팀이 15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50g 이상의 고추를 일정 기간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 감소 위험이 2배 정도 높았다. 

연구팀은 고추 속 캡사이신이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세포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캡사이신이 기억력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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