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요즘 저는 엄마의 경력을 살려 자기 일을 찾은 50플러스 선배 주부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정 관리와 육아가 오롯이 아내들 몫이었던 시절, 여성 대부분은 결혼을 앞두고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지요. 밖으로 나갈 것이냐, 집으로 들어앉을 것이냐를 두고 말이에요. 직장 다니는 엄마는 온전히 가정에 헌신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집에 있는 엄마는 전통적인 어머니도 아니면서 경제력까지 없는 것 때문에 자괴감에 시달렸지요.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이 두 가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살아온 직장 엄마와 전업 주부 사이의 감정의 곬도 꽤 깊은 것 같습니다. 은퇴한 엄마와 새로운 엄마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로서 세대 갈등을 일으켰던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지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는 저와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전업주부 엄마들에게 특히 더 마음이 가요. 아무리 남 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게 참 괴로운 일이잖아요. 그런 이유에서 아줌마로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려고 <엄마난중일기>도 썼고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대요.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안 낳겠다고요. 백세까지 살아야 할 이 시점에 괜히 무대책하게 사랑에 눈이 멀어 덜컥 임신을 하면 2년 군대가 무색해질 정도로 엄마의 사회적 경쟁력이 무너지니까요.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그 심정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정이 무슨 투자 회사인 줄 아는지 아이 하나 키우는데 얼마가 든다고 날마다 떠들어대며 촐싹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젊은이들 모두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형편이에요.

그런 와중에 왜 부모가 자식들에게 자꾸 결혼을 하라는지 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부하직원 줄 세우기처럼 본인들 노후를 위해 그런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하지만 아녜요. 돌아보면 결혼 생활과 육아만큼 제 자신을 성장시킨 것도 없었다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특별히 더 배우지 않았어도 결혼으로 부모가 된 뒤에 저절로 인생 순환의 원리를 깨우쳤고 생로병사의 각 지점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릴 만한 능력이 생겼거든요. 이런 이야기에 설득력을 보태줄 은퇴 주부를 만나는 중입니다.

평생 딸, 며느리, 아내, 엄마로만 지냈으면서도 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신을 연마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보란 듯이 빈 둥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엄마들을 보고 용기를 내라고요. 처음에는 열 명만 만나야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예 본격적으로 이 주제를 확장해 다음 번 책으로 낼까 싶어요. 당신은 엄마로 지내는 동안 어떤 능력이 특별히 발달했습니까? 그 경력을 활용해서 어떻게 빈 둥지를 리노베이션 하고 자신을 찾을 수 있었나요? 제가 요즘 깊게 들여다보는 주제입니다.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출판 섬 대표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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