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막시모프 '모든 것은 과거에' 1889년, 바실리 막시모프(1844~1911), 캔버스에 유채, 72× 93.5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바실리 막시모프 '모든 것은 과거에' 1889년, 바실리 막시모프(1844~1911), 캔버스에 유채, 72× 93.5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알렉산드르 푸쉬킨

그림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

시대가 만들어낸 슬픈 역사!! 화폭에 담긴 인간사가 절절하다. 19세기 러시아 화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그림은 가치가 없다’고 단언하고 민중들의 눈과 귀가 되어 러시아의 아픈 시대상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는다. 그렇게 그림의 힘으로 소설가보다 더 소설가같은 스토리텔러가 되어 러시아의 비참한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삶에 지친 마음들을 두루 어루만져준다.

허공을 바라보는 노파의 시선엔 그리움이 가득하다. 찬란하게 빛나던 젊음의 시간 속에 인생의 굽이마다 널려 있던 아련한 사연을 떠올린다. 그런 그녀를 위해 햇살은 아름다운 교향곡을 울려준다. 나이 들고 병들어 육신의 계절은 차디찬 겨울이지만 과거에 두고 온 젊음을 떠올리며 이렇게 또 하루를 견딘다.

노파는 보라색 라일락이 만개한 화려한 계절을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 과거를 아련히 떠올리는 표정엔 만감이 교차한다. 묵묵히 바느질하고 있는 여인은 하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무채색으로 이뤄진 그녀. 지금의 밝은 햇살이 고마울 따름이지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봄날은 없다. 오히려 절망이 머리맡에 앉아 밤새 뜨개질하던 지난 과거를 지우고 싶은 듯하다.

세월의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그들은 하나의 사모바르(러시아 찻주전자)에서 차를 따라서 함께 마신다. 신분의 고하를 떠나 두 노인은 이미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다.

험난했던 인생의 골짜기 굽이굽이마다 함께 견뎠을 그들이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내려앉는 것, 평생을 함께해 온 인생의 동반자로서 이 순리에 순응하며 끝까지 생을 함께할 것이다. 신분의 차이는 물리치고 인간으로서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갈 것이다. 세월은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조용히 가르친다.

이 한 편의 그림에서 그들이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고 현재를 읽으며, 그리고 함께할 미래를 가늠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도 그들과 함께 그림 속에 투영된다. 그렇게 우린 그림에서 인생을 배우고, 삶을 느낀다.

▲바실리 막시모프(1844~1911)

 

러시아 이동파 화가로, 풍속화의 대가이다. 페테르부르크 성상화 제작소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1855~1862). 1871년 이동파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주로 러시아의 시골생활과 농민들의 삶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묘사하였다. 대표작으로 <농민의 결혼식에 온 주술사>(1874), <병든 지아비>(1881)가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이야기>(자유문고)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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