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하일 시바노프 '결혼 계약의 축하'-농민의 결혼식

농민이었다. 대부분이 농노의 신분으로 지주에 소속되어 노동을 제공하고 또 국가에는 세금을 납부하고 병역 의무를 지며 살았다. 그 농노의 삶은 너무도 피폐하여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주의 허가 없이 여행을 할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의 뿌리이기도 한 1700년대 참혹한 현실, 그림은 그런 헐벗고 굶주린 농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성스런 의식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그림의 배경이 된 지역은 러시아 수즈달 지방에 있는 타타로바Tatarova 마을이라 한다. 금실 은실로 수놓은 고급 옷은 아니지만 제일 멋진 옷을 입고 성실히 결혼 서약을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수줍게 서 있는 신부와 사랑스럽게 신부를 쳐다보는 신랑의 모습에서 훈훈한 인간의 정을 느낀다.

비록 빵 한 덩어리만이 덩그러니 놓인 축하 파티지만 주위 친지들, 이웃들은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넨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이야 결혼식은 당연한 걸로 받아 들이지만 18세기 먹고 사는 문제가 삶의 전부였던 당시엔 농민들의 결혼의식은 흔치 않았다. 그 농민들의 인간다운 의식을 그림으로 남긴 시바노프의 <결혼 계약의 축하>는 민중들의 소중한 삶의 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바로크 풍의 은은한 갈색 톤과 함께 농민들의 삶이 귀한 빛을 발하는 듯하다.

ㆍ미하일 시바노프(?~1789) : 농노화가로서, 예카테리나 여제의 초상을 비롯 5점 정도의 그림이 남아 있으며, <농민의 점심>, <결혼계약의 축하> 등이 대표작이다. 그의 전기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 콘스탄틴 마코프스키 ‘17세기 귀족 결혼식 피로연’-귀족의 결혼식

19세기에 그려진 17세기 결혼 모습이다. 콘스탄틴 마코프스키는 고증을 통한 러시아 전통 의상 및 여러 풍습 등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의 그림을 고증된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인정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신부가 입고 있는 금실로 수놓은 러시아 전통 의상은 물론이고 하객들의 차림새만 보아도 신분이 높은 사람의 피로연임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풍성하고 화려하다. 수줍어하는 신부에게 사랑의 키스를 건네는 신랑,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신성하고 성스러운 모습이며 약속의 의식이다.

하객들 또한 한마음이 되어 그들의 밝은 미래를 빌어준다. 모두가 축하의 말을 건네며 기뻐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생동감 있게 화폭을 가득 메운다. 그림 왼편에 하인이 커다란 쟁반에 담아 들고 오는 백조 요리를 볼 수 있다. 17세기에 새를 잔치에 쓸 수 있는 사람은 사냥할 영지를 가진 귀족에 한정되었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파티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재료가 아니었다. 이것으로도 주인공이 큰 영지를 가진 부유한 귀족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사냥한 새를 요리하고 다시 깃털을 붙여 장식한 쟁반 위의 백조는 당시의 풍습과 허세를 나타내는, 그림의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ㆍ콘스탄틴 마코프스키(1839~1915) : 이동파 화가로 역사화와 초상화의 대가이다. 러시아의 대표적 예술가 집안인 마코프스키 집안의 손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 아카데미에서 수

학하다 “14인의 반란 사건”으로 퇴학 후 크람스코이와 함께 활동하였다. 러시아 귀족이나 부르조아의 일상을 주로 그렸으며, 초상화에 그려진 소품 표현이 일품이다. <러시아 미녀>(1864), <화가의 아내>(1882) 등의 작품이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이야기>(자유문고)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