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이원하 기자]

최근 액상과당을 섞은 꿀을 천연 벌꿀인 것처럼 속여 10배의 폭리를 취한 업체가 적발됐는가 하면 사양벌꿀을 천연벌꿀로 속이는 등 가짜 벌꿀로 몸살을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20일 액상과당 꿀을 불법 제조한 업체의 대표 이모씨를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하고 ‘OO농산’에 대해서는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4억 팔린 ‘100% 벌꿀’...500원대 시럽

식약처에 따르면 이모씨는 kg당 500~600원에 불과한 액상과당을 섞은 벌꿀을 6,000~9,000원 대 가격으로 14억 5,000만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액상과당(이성화당)은 단맛이 나는 액체 시럽이다. 이성화당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의 전분을 화학처리해 추출한 당류다. 포도당의 2배, 설탕의 1.4배 정도 단맛을 낸다. 주로 청량음료 등에 사용된다. 이성화당은 천연 과당보다 훨씬 빠르게 흡수되고 혈당을 높여 비만,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된다.

‘시럽 벌꿀’은 소량의 벌꿀에 액상과당을 섞어 제품량은 4배 이상 늘려 이를 0.6~2.4kg 단위로 소분‧포장하는 방법을 썼다. 특히 불법 제품을 마치 아카시아꿀, 잡화꿀, 사양벌꿀 등 천연 벌꿀 제품인 것처럼 보이도록 벌꿀 100% 제품으로 표시해 유통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액상과당이 혼입된 가짜꿀 제품. 사진=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액상과당이 혼입된 가짜꿀 제품. 사진=식약처

식약처는 ‘벌꿀류 기준‧규격’에 의해 벌꿀류 제조‧가공 시 다른 식품(첨가물) 혼입을 금지하고 있다. 육안상으로 구분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증량 목적으로 벌꿀에 액상과당 등을 혼입‧판매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29일 사양벌꿀을 천연벌꿀로 둔갑시켜 판매한 7개 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굴은 가격이 약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꿀은 요리를 할 때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대신해 넣기도 하고 피로회복이나 숙취 등에 따끈한 물에 타 먹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액상과당을 넣은 꿀은 제조사가 속이기로 작정하면 소비자들이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소비자들은 내용물은 확인할 수 없고 법이나 규정에 의한 표시 방법 등을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양벌꿀도 천연벌꿀로 속여서 판매하는 경우가 적발되자 두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는 방법이라도 알고 싶은 소비자가 늘고 있다.

▲ 천연벌꿀 사양벌꿀 구별법

천연벌꿀은 꿀벌이 아카시아 나무 같은 식물의 꽃에서 당이나 수액 등 자연물을 채집한 다음 저장해서 만든 꿀이다. 벌꿀은 꽃의 당과 벌의 소화액 등이 뭉쳐져 나온 진액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이 없는 겨울에는 벌꿀을 채취하기 어렵다.

반면 사양벌꿀은 꿀벌에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을 먹여 생산하는 꿀을 말한다. 사양벌꿀은 농가에서 인위적으로 ‘사양기’라는 설탕물이 담긴 통을 넣어 놓는다. 꿀벌의 밥인 셈이다. 사양벌꿀은 일 년 내내 생산해 내고 많은 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굴의 가격은 사양벌꿀이 약 3배 저렴하다.

기르는 과정에서 차이 날 뿐 아니라 가격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식품유형을 거짓으로 표기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식품유형을 확인해야한다. 식품유형은  탄소동위원소비율을 측정해 표시한다. 이미지=식약처 블로그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식품유형을 확인해야한다. 식품유형은 탄소동위원소비율을 측정해 표시한다. 이미지=식약처 블로그

사양벌꿀은 식품유형을 반드시 ‘사양벌꿀’로 표시해야 한다. 특히 12포인트 이상 활자로 ‘이 제품은 꿀벌을 기르는 과정에서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하여 생산한 사양벌꿀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천연벌꿀의 경우 ‘벌꿀(아카시아꿀, 밤꿀 또는 잡화꿀 등)’으로 식품유형을 표시한다.

식품유형이 ‘사양벌꿀’로 표시돼 있다면 사양벌꿀이다. 그러나 음료베이스로 표기된 제품은 사양벌꿀이 아니다. 아카시아청이나 잡화청 등의 제품이 음료베이스다. 꿀이 약 5% 포함돼 있으며 액상과당이나 맥아당, 물엿 등을 섞어서 단맛을 더한 제품이다.

일부 제품은 사양벌꿀이 마치 꽃꿀 등을 채집해 만든 벌꿀인 것처럼 표시하거나 사양벌꿀 안내 문구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사실 벌꿀과 사양벌꿀은 색과 맛이 비슷해 전문가도 구별이 어렵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만, 영업자는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해 식품유형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벌꿀 구입 전에 식품유형을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진흥청은 2020년 개발한 ‘천연 벌꿀과 사탕무 사양 벌꿀 판별법’은 이중 중합 효소 연쇄반응법을 통해 사탕무의 고유 유전자를 분석해 사탕무 설탕을 먹여 생산한 사양 벌꿀을 구별해 내는 기술이다.

이 유전자 분석법 이전에는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은 탄소동위원소비(13C/12C) 분석으로 판별했다. 이는 사탕수수 설탕을 먹여 생산한 사양벌꿀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아카시아나무 같은 식물로 분류된 사탕무에서 유래한 설탕을 먹인 사양 벌꿀은 구별할 수 없었다.

유전자 판별법을 적용하면 천연 벌꿀에 사탕무 사양 벌꿀이 1% 정도 섞여 있어도 1시간 이내에 분석할 수 있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단당류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단당류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 천연벌꿀과 사양벌꿀 성분 차이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구성 성분은 아미노산과 무기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벌꿀에는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아미노산은 17종, 무기질은 10종이 들어 있다.
포도당은 천연벌꿀 42.9%, 사양벌꿀 34.7%로 나타났고 설탕은 사양벌꿀에만 함유돼 있다.

아미노산의 경우 17종 모두 천연벌꿀에 많이 포함돼 있고 사양벌꿀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체내에서 근육의 원료물질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활력을 도우며 신진대사의 촉매 역할과 인체 조직의 재생과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피로 회복이나 면역력 강화, 노화 예방 등의 효능을 지니고 있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아미노산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아미노산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무기질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무기질 함유량. 자료=농촌진흥청

무기질은 칼륨과 칼슘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칼륨은 천연벌꿀이 사양벌꿀보다 10배 이상 많고 칼슘도 천연벌꿀이 약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칼륨은 체내 물과 전해질 균형에 필요한 성분이다. 신경 및 근육세포의 흥분과 자극전달을 조절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며 다량 섭취 시 나트륨의 배설을 증가시켜 혈압을 강하 시키는 효과도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칼륨 결핍증이 거의 없다.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은 아미노산과 무기질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벌꿀의 전체 함량에 대한 비율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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