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씨앗, 다양한 채소류 등은 건강한 박테리아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pixabay
과일, 씨앗, 다양한 채소류 등은 건강한 박테리아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pixabay

[소셜타임스=이원하 기자]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전 세계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3대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에서 CJRB-101에 대한 전임상 시험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한다고 13일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당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도사로 알려질 정도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총칭하는 용어다. 특히 미생물 중 약 95%가 장에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어 장내 미생물이라고도 부른다. 장 속 미생물은 건강한 삶의 바로미터와 같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공생하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와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세포 수보다 많아

천랩은 많은 자료와 논문에서 인체의 세포수와 미생물의 세포수는 1:10이며 미생물이 인체 세포수의 10배이고, 그 수는 100조, 무게는 수 kg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30년 넘게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가 2019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사람의 몸에는 약 3.8x1013 (38조)의 세균이 존재하며 대부분이 사람의 위장관 내, 특히 대장의 세균 밀도와 종 다양성이 가장 높다. 장내 미생물의 무게는 약 200 g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미생물을 빼놓고 인간의 유전자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제2의 게놈(Second Geno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가 질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7년에 국가별로 자국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특이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천종식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복잡한 생태계이기 때문에 연구가 어려웠다. 그러나 2007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 나오면서 유전자를 해독하는 기술이 발전해 미생물도 똑같은 유전자로 돼 있어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부터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이 높아졌다.

2007년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모여 '국제인간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HMC)'을 조직했으며 한국은 2011년 5월 8번째 회원국으로 IHMC에 가입했다.

대장 속에 유익한 균이 많아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체계를 통제한다. 사진=pixabay
대장 속에 유익한 균이 많아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체계를 통제한다. 사진=pixabay

마이크로바이옴 왜 중요한가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성장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면서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각종 질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발생한다는 게 상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강한 제1형 당뇨를 제외한 12개 질병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영향이 유전적인 원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팀이 '13가지 만성 질환 원인'에 대해 연구한 이같은 결과가 상식을 뒤집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살이 찌고 빠지는 신체 유형과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 크론병이나 알레르기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의 면역 체계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대장 속에 유익한 균이 많아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뇌도 건강해지게 된다.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며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장벽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한다. 심장 질환을 부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당 조절, 뇌 신경 전달 물질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체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노화를 비롯해 대사증후군, 비만,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등 만성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논문 등을 종합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해 환자가 발생한 질병은 비만, 당뇨, 만성간질환·간경변증, 만성신부전, 심혈관질환,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아토피,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관절염, 갑상선장애, 골다공증, 신생아괴사성장염,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 치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우울증, 조현병,클 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대장암, 췌장암, 간암 등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많은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천종식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이상(불균형)의 질병의 원인인지, 또는 결과인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지난 10여 년 간의 연구를 종합해서 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고, 질병에 의해 변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때문에 신약 개발과 불치병 등의 치료법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식품, 화장품, 치료제 개발에도 쓰인다. 다만 이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는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제품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유지하는 방법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심혈관 질환, 심장 대사 질환과도 연관이 있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생활습관으로 개선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물질은 매일 먹는 음식 속에 있다. 유익균을 많이 섭취해 장내 미생물을 늘리면서 좋은 먹이로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유해균의 성장은 억제하는 방식이다.

건강한 박테리아 성장을 촉진하는 식품으로 프리바이오틱스, 발효 식품, 통곡물, 폴리페놀이 풍부한 음식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콩류, 요구르트, 아티초크, 바나나, 아스파라거스, 귀리, 사과, 올리브오일, 다크초콜릿, 적포도주, 껍질째 먹는 과일, 씨앗, 다양한 채소류 등이 포함된다. 소화기관에서 분해하지 못하고 장까지 내려가거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 좋다.

현대인들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칼로리만 높고 유익균이 없다면 배불리 먹어도 장내 세균은 굶주리게 된다. 해로운 박테리아 성장을 자극하는 인공 감미료나 가공식품의 잦은 섭취, 과도한 음주, 적은 운동량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악화한다.

특히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국수, 흰밥 같은 단순 전분은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대장에 다다르기 전에 모두 소화돼 장내 세균이 굶게 된다. 굶주린 미생물들은 장 점막을 갉아먹는다. 장 점막에 틈이 생기면 대장 속으로 산소가 들어가게 되며 나쁜 미생물이 늘어나 염증에 취약하게 된다. 그 결과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장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식습관도 중요하다. 대충 먹거나 빨리 먹는 습관 탓에 제대로 된 영양 섭취가 어려운 환경이 반복되면 식재료 속 잔류 농약, 각종 식품 첨가물의 섭취가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장 내에는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더 많아지는 장내세균 불균형 상태가 만들어지게 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건강하게 유지되거나 또는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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