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주요 특성은 자기장을 방출하고 공중에 부상하는 능력이다. 사이언스 캡처
초전도체의 주요 특성은 자기장을 방출하고 공중에 부상하는 능력이다. 사이언스 캡처

[소셜타임스=이원하 기자]

전 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알려진 초전도체 물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초전도체가 실제로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인류의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가 뭘까.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말한다. 전류를 흘려보내면 에너지 손실 없이 극한 효율로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물질로 전기 장치를 만들면 전력 효율을 극도로 높일 수 있고 강한 자기장도 만들 수 있다. 전기 저항이 없다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전자기기의 발열도 사라진다. 물체를 공중에 둥둥 뜨게 할 수도 있다.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로 개발 및 상용화될 경우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양자컴퓨터 등 인류가 꿈으로 여기던 미래 기술들을 실현시킬 수 있다. 또 관련 장비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전기자동차도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연구된 초전도체는 영하 200도의 극저온이나 초고압 조건에서만 구현돼 상온 초전도체는 꿈의 기술로만 알려져왔다.

▲ 왜 이슈가 됐나

2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한국 연구진이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한 초전도체 ‘LK-99’에 대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노벨 화학상·물리학상 논문을 다수 배출한 기관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은 아카이브에 약 30°C의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시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고려대, 한양대 등 출신 연구진으로 이뤄졌다.

지난 7월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초전도체 개발 주장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 내용이 게재돼 있다. 사이언스 캡처
지난 7월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초전도체 개발 주장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 내용이 게재돼 있다. 사이언스 캡처

해당 논문은 납과 구리, 인회석(인산 염 광물 일종)을 사용해 만든 새로운 결정구조 ‘LK-99’가 상온 초전도체의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LK-99의 탄생은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실험을 반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LK-99 초전도체는 127°C에서 초전도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논문은 학술지에 등재되려면 동료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 온라인에 사전 공개된 것이라서 아직 학계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 검증위원회 구성 대응 나서

국내외 학계에서 이 물질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일부 해외 연구자들이 자체 검증결과를 내놓으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검증위 위원장은 서울대 교수인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이 맡는다.

초전도학회 측은 아카이브에 실린 논문 두 편의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시편(물질 샘플)을 제공하면 검증위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검증 절차에 서울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이 참여한다. 검증위는 또 성균관대 양자 물질 초전도 연구단 등에서 LK-99 재현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중국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등이 LK-99의 재현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이번주 안으로 실험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초전도체를 적용하면 세빛 둥둥섬이 공중에 뜰 것이라는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전도체를 적용하면 세빛 둥둥섬이 공중에 뜰 것이라는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공중부양’ 사진 둥둥 

외국 연구기관의 긍정적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에선 기대감에 들떠있고 실제 증권시장에선 초전도체와 관련이 있다고 묶이는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짧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제발 진짜라고 해줘’ 등의 글들도 올라왔다.

우선 초전도체 구현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석배 대표를 ‘석배형’이라고 부르며 칭송하는 글이 줄이어 게재되고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 대표가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고려대를 ‘초전도대’, 대한의 국호를 ‘고려’라고 표현한 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초전도체) 애국가 몇 절에 넣냐’고 애국가 TV 화면에 초전도체 모습을 합성한 사진,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에게 초전도체 기술을 배우러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의 면접 장면 등이 보인다.

한국의 주요 도시가 에스에프(SF) 영화에 나올법한 미래 도시로 바뀐 다양한 상상도와 세빛 둥둥섬이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공중 섬처럼 떠있는 사진도 떠돈다.

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최고의 과학적인 성과라고 불렸던 챗GPT가 상온 초전도체 LK-99 등장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표현한 밈이 등장했고 한국이 초전도성을 띠는 LK-99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것이란 밈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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