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빅토르 바스네초프(1848~1926), 캔버스에 유채, 173×121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1881년, 빅토르 바스네초프(1848~1926), 캔버스에 유채, 173×121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슬픔이 쓰나미일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바스네쵸프의 <알료누쉬카>를 보면 슬픔이 누그러진다.

절망에 빠진 어깨에 내 슬픔을 올리고 몇 번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돌덩이가 되어 버린 그녀의 헐벗은 발을 어루만지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맥없이 흐느끼는 알료누쉬카의 눈물 한 방울이 날 정화시킨다.

살다 보면, 말하려니 우습고 삭히자니 무거운 일들이 어디 한두 개인가?그럴 때마다 <알료누쉬카>를 보며 혼자만의 카타르시스를 찾는다. 그림 속 연못은 고아인 알료누쉬카가 힘들 때마다 혼자서 눈물짓는 곳이다. 현실의 버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러시아 동화의 주인공인 알료누쉬카는 현실의 고난을 딛고 행복한 미래를 거머쥔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그녀는 누추하고 헐벗었지만 우아하고 고결해 보인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어린 전나무의 싱그러움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한다.

슬픔 속에 긍정을 품고 있기에 이 그림을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고통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그림은 말이 없지만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그림 앞에 서면 우리의 영혼은 재충전되고 삶을 향한 용기 또한 새로이 얻게 된다.

알료누쉬카: 러시아 전래동화 속 주인공. 고아 소녀 알료누쉬카가 염소로 변한 남동생을 구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동화이다.

빅토르 바스네초프(1848~1926)역사화, 민속화의 대가. 러시아의 키로프주 정교회 신부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1858~1862)을 공부하였으며, 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 아카데미(1868~1873)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러시아 역사와 민화를 테마로 한 그림을 주로 그렸으며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크람스코이와 바신에게 사사받았으며, 1896년부터 이동파 전시에 참여한다. 1881년 아브람체보의 마몬토프 그룹의 회원이 되어 러시아 색채가 강한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 대표작으로 <세 용사>(1818), <회색 늑대를 걸터 타는 이반 왕자>(1889) 등이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이야기>(자유문고)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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