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가 고품질의 TbInO3 단결정을 합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가 고품질의 TbInO3 단결정을 합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레이저 부유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소셜타임스=이원하 기자]

양자역학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줄리어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가 양자역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불을 지핀 데 이어 국내 연구진이 양자컴퓨터에 쓰일 양자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

특히 양자 컴퓨터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관심이 뜨겁다.

양자 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를 일컫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김재욱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이 양자컴퓨터 소자 등에 쓰일 수 있는 양자스핀액상(QSL) 물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 온라인에 지난 17일 게재됐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고유 특성인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특정 문제에 대해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도 수 백만 배 이상 빠르게 풀 수 있어 양자 기술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적 중첩과 얽힘 현상은 구현이 어렵다. 온도 변화, 불순물, 외부 전자기장 등 미세한 자극에도 다양한 오류가 발생한다.

취약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절대영도(-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을 구현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필요하다.

스피논 준입자와 외부 전자기파의 상호작용 모식도. 이미지=한국원자력연구원
스피논 준입자와 외부 전자기파의 상호작용 모식도. 이미지=한국원자력연구원

QSL은 양자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 소재 중 하나다.

현재까지 수많은 QSL 후보 물질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지만, 불순물·무질서한 물질 구성 등으로 인해 광학전도도·주파수 제곱 비례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공동 연구팀은 최초로 QSL 후보 물질 중 하나인 터븀인듐산화물(TbInO3) 단결정에서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을 통해 특정 영역에서 광학전도도가 정확히 주파수 제곱에 비례함을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영상 27도 수준의 실온에서도 광학전도도 비례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TbInO3가 상온에서도 QSL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실제 확인한 최초 사례다.

연구를 이끈 김재욱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 스핀 액상 물질의 오래된 이론적 예측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첫 사례"라며 "향후 양자컴퓨팅과 양자 센서 소자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역학은 양자론의 기초를 이루는 물리학의 이론 체계로 원자·분자·소립자 (素粒子) 등의 미시적 대상에 적용되는 역학으로, 현재 가장 타당성을 지닌 이론 체계로 간주된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효과는 거시적으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자연관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천재 물리학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평생 양자역학에 천착했던 그의 인생 자체를 그렸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런이 tvN 예능 프로 ‘알쓸신잡’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으며 양자역학과 오펜하이머라는 물리학자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오펜하이머는 양자역학과 관련한 논문을 12개 이상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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