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 사진=농촌진흥청
오곡밥 사진=농촌진흥청

[소셜타임스=최희주 기자]

정월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오곡밥과 전 해 말려둔 묵은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문다.

달이 가득 찬 날인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은 우리나라 전통 명절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날은 재앙과 액운을 막고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오곡밥은 중요한 곡식 다섯 가지로 지은 밥이다. 정월 대보름 전날이나 당일에 밥을 지어서 집안의 여러 가신(家神)에게 올린 다음 식구나 이웃 간에 나누어 먹던 음식이다. 그 해의 곡식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곡식은 찹쌀, 차조, 찰수수, 붉은 팥, 검정 콩 등이다. 밤, 대추, 곶감 등을 재료를 넣기도 한다. 오곡밥의 오곡은 융통성이 있어서 다섯 가지를 다 넣지 않거나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곡물과 재료별 혼합 비율에 대한 기록은 각종 문헌들에 남아 있다.

‘정조지(鼎俎志)’에는 좁쌀·기장·멥쌀 각각 2되, 수수쌀 5홉, 붉은팥 7홉, 검은콩 2홉을 섞는다. ‘규합총서(閨閤叢書)’는 찹쌀·찰수수·흰 팥 각 2되, 차조 1되, 물콩 5홉, 대추 1되의 비율로 섞는다고 기록돼 있다.

-오곡밥 맛있게 짓는 팁

농촌진흥청이 소개한 오곡밥은 찹쌀과 멥쌀을 섞고 기장을 넣고 콩은 검정콩을 사용했다. 오곡밥이 아니라 칠곡밥인 셈이다. 재료는 찹쌀, 멥쌀, 팥, 검정콩, 찰수수, 찰기장, 차조 소금 약간을 준비한다.

찹쌀과 멥쌀을 1:1 비율로 씻어 1시간 정도 물에 불리고 검정콩, 수수, 기장, 조는 쌀의 절반 정도의 양을 3시간 동안 불에 불린다.

팥은 씻어서 터지지 않을 정도로 끊이고 삶은 물은 소금을 약간 넣고 밥물로 사용한다.

함량 자료=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함량 자료=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 찹쌀

찹쌀은 멥쌀보다 찰지고 주성분인 전분이 주로 아밀로펙틴 구조로 돼 있어 소화가 용이하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소화가 잘 될뿐만 아니라 위벽을 자극하지 않아 위장을 보호해 소화 기능을 개선해 준다.

멥쌀의 전분은 아밀로스 20%, 아밀로펙틴 80%로 구성돼 있지만 찹쌀은 아밀로펙틴으로만 돼 있어 소화가 잘 된다.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와 비타민E는 장 건강과 피부 노화 예방에 좋다. 찹쌀에 함유된 토코트리에놀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예방해 준다. 비타민류 중 니아신, 티아민 성분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신경계를 강화해 준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지닌 찹쌀은 혈액을 원활하게 만들어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찹쌀에는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감소시켜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특히 찹쌀은 모유량을 늘려주고 자궁출혈을 막아주며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데 도움을 준다.

▲ 조

조의 껍질을 벗긴 좁쌀은 노란색을 띠며 크기가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이다.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골고루 함유돼 있고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며 베타카로틴(14㎍/100g)도 다량 함유돼 있다. 조는 장의 연동 운동을 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골다공증과 혈압을 개선해주는 곡식이다.

농촌진흥청이 경북대 치과대와 공동으로 손가락조 품종인 ‘핑거 1호’를 꾸준히 연구한 결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골수세포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로 분화를 억제하고,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이중 효과가 나타났다.

또 한양대와 공동연구에서는 손가락조 ‘핑거 1호’의 항고혈압 효능을 확인했다. 고혈압을 유도한 쥐에 ‘핑거 1호’ 추출물을 8주간 먹여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수축기 혈압은 180.7mmHg에서 144.4mmHg로 약 20% 낮아졌다. 대동맥 두께도 300.6㎛(마이크로미터)에서 227.8㎛로 약 24% 줄었다.

좁쌀에 들어 있는 철분, 칼륨, 마그네슘은 빈혈 예방과 관절염, 골다공증에 도움을 준다. 특히 비오틴(3.95㎍/100g)이 풍부해 손톱, 머리카락, 피부 건강에 좋다. 비오틴은 찹쌀 0.95㎍, 팥 2.11㎍를 함유하고 있으며 수수와 검은콩에는 들어 있지 않다.

밥을 지을 때 좁쌀을 섞으면 일반 쌀밥보다 식이섬유를 더 섭취할 수 있어 포만감을 준다. 옛날에는 주로 밥을 지어 먹었지만 요즘은 떡, 엿, 술을 만드는 원료로도 쓰인다.

제주도 특산물인 ‘오메기 떡’의 오메기가 바로 좁쌀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전통 오메기 떡은 제주에서 생산된 좁쌀인 차조로 만들었다고 한다.

▲ 수수

수수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혈당 조절 기능이 우수하다. 또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 당뇨 등 생활습관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풍부한 탄닌은 강력한 항산화제이며 면역력 증진을 통한 항암효과 등 여러 가지 생리 활성을 지닌다.

탄닌 이외에도 폴리코사놀, 리놀산, 올레인산, 비타민B1, B2등 여러 가지 비타민과 지방산, 각종 무기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경희대는 공동 임상실험에서 수수가 장 건강과 장내 유용미생물 증진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생후 7주령의 수컷 쥐에게 수수빵과 일반 밀빵을 14일간 2.5g/kg을 1일 2회 먹인 결과 신체비만지수와 상관관계가 있는 F/B 비율이 일반 빵 복용군은 0.95인데 반해 수수빵 복용군은 0.65로 약 30% 낮았다. 수수빵이 비만 조절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동물 분변에서 동정된 66개의 세균 중 10종에서 유해균은 줄고, 유익균은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장 건강 개 선효과를 확인했다.

수수의 히스티딘과 아미노산 성분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수의 붉은색이 나쁜 귀신의 접근을 막는다고 믿어 어린아이의 돌이나 생일에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팥

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곡식으로 쌀, 콩과 함께 대중적인 곡물로 꼽힌다. 팥은 주식인 쌀에 부족한 비타민 B1이 풍부해 쌀과 궁합이 잘 맞다.

팥의 주성분은 탄수화물(59.29%)과 단백질(21.59.3%)이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 사포닌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단백질은 100g당 21.59g으로 우유(3.08g)의 6배이며, 철분(5.49㎎)은 우유(0.05㎎)의 11배이다.

비타민 B군은 피로감 개선과 기억력 감퇴 예방에 도움이 되고, 사포닌과 콜린 성분은 혈중 중성지방을 조절한다.

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기능성 성분인 사포닌은 아라리 품종의 경우 100g당 80.1㎎, 서나는 89.1㎎ 들어 있다. 팥의 사포닌은 암세포의 증식과 생성을 막아 암 예방에 좋다. 또 이뇨작용 촉진과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바꾸는 작용으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사포닌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제거를 도와 세안과 미용이 이용되고 있다.

붉은 팥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체내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곡류에 부족할 수 있는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들어 있어 다른 곡류와 같이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보완이 된다.

팥의 칼륨 함량은 100g당 1333㎎으로 쌀(88㎎)의 15배, 대표적인 칼륨 식품인 바나나(355㎎)의 3.7배 이상으로 풍부해 붓기 제거와 체내 나트륨 등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 혈압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준다.

위장이 약한 사람이 팥을 먹으면 가스가 차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선조들은 붉은색은 재앙이나 악귀를 물리치는 색으로 여겨 이사한 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집안을 평안히 하기 위해 팥죽을 쑤거나 시루떡을 돌리기도 한다.

▲ 콩

‘밭에서 자라는 고기’라고 불리는 콩은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 식이섬유, 티아민, 리보플래빈, 니아신, 비타민K와 철, 아연, 인, 칼슘 그리고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들어 있다.

콩의 주요 기능성 물질인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갱년기 여성의 주요 질병인 유방암, 자궁 암, 골다공증 및 만성의 전립선암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노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소플라본은 콩 단백질의 하나로 검정콩 100g당 1324.2㎎ 함유돼 있다.

피토산(PhyticAcid)의 경우 항암작용과 심혈관질환을 감소하는 효능이 있다. 루테인은 백내장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을뿐만 아니라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강력한 항산회제인 비타민E는 활성산소를 없애 피부 노화를 억제하며 기미 생성을 방지한다. 풍부한 함량의 식이섬유는 장운동 활성화로 변비를 개선해 준다. 변비가 심할 경우 콩을 갈아서 거르지 말고 건더기까지 함께 섭취하면 좋다.

콩의 열량은 100g당 407kcal로 높은 편이지만 식이섬유가 주는 포만감 때문에 과식을 막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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