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숙성 방식과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사진=pixabay
고기는 숙성 방식과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사진=pixabay

[소셜타임스=최희주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은 58.4㎏으로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숙성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고기는 갓 잡은 신선육이 아니라 숙성된 고기가 더 맛있다. 숙성을 거친 고기가 더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숙성(熟成)은 고기를 냉장온도에서 일정기간 보관해 맛을 좋게 하는 기술이다.

고기는 도축 후 굳어지는 사후강직이 일어나 매우 질기고 맛이 없다. 경직된 상태를 거친 고기는 약 24시간이 지나면 힘줄이 느슨해지고 근섬유가 서서히 분해되면서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은 연화된 숙성 상태가 된다.

숙성된 고기의 구수한 맛은 고기 근육이 가수분해돼 생긴 물질 때문이다.

숙성과정에서 고기 근육을 형성하고 있는 단백질이 효소에 의해 가수 분해돼 핵단백의 분해산물과 유리 아미노산(글루탐산), 펩타이드가 생긴다. 핵단백 분해산물과 아미노산은 구수한 맛과 감칠맛을 낸다.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도 분해돼 젖산을 형성하며 젖산 또한 단맛을 가진 물질이다.

▲ 건식 숙성 vs 습식 숙성 

고기의 숙성은 삭힘과 썩힘의 경계에 있어 제대로 숙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숙성하는 과정에서 고기의 수분이 증발하고 일부가 변질돼 버려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숙성 기간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습도의 적절한 조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적으로 고기를 숙성할 때는 0~5도의 온도에서 세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가정에서 숙성을 할 경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되도록 전문가가 숙성한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숙성(dry aging)

농진청에 따르면 건식숙성 고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 습도, 풍속조건을 고려해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고기를 -1도 부근의 냉장실에 매달아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킴으로써 연하고 진한 풍미를 끌어올린다.

숙성 기간은 숙성 온도와 숙성 방법에 따라 1~3주로 다양하다. 숙성 기간 동안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즙이 많이 생성돼 맛이 개선된다.

대부분의 숙성 고기는 건식 숙성 방식을 거친다. 온도와 습도 등 일정한 기술과 전용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전문점에서 사용한다.

일론 머스크 테스라 회장이 건식 숙성 소고기를 즐겼다고 알려졌다. 

연화처리 중인 소고기. 사진=농촌진흥청
연화처리 중인 소고기. 사진=농촌진흥청

-습식숙성(wet aging)

반면 습식 숙성 방식은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기를 진공 포장해 일정 기간 냉장고나 저온의 물속에서 천천히 숙성하는 방식이다. 

농진청은 "습식숙성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온도는 1~4℃, 습도는 75~85% 수준으로 유지해 숙성한다"고 설명했다.

고기의 숙성은 주변 온도에 민감하다.

소고기는 이론상으로 -1.5°C에서 3~4주, 0°C에서는 15일, 20°C에서는 2일, 43°C에서는 1일의 숙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각 부위마다 육질이 다양하고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부위별로 보관온도에 맞는 최적의 숙성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습식 숙성은 쇠고기를 진공 포장해 냉장 온도(0~4℃)에서 1주일 이상 숙성하는 방식으로 최대 9주까지 숙성하기도 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한우 1등급 등심을 4℃에서 14일 숙성했을 때 훨씬 부드러워졌다. 근육 내 단백질 분해 효소가 활성화돼 고기의 연한 정도를 나타내는 전단력 수치가 약 50% 정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감칠맛을 내는 유리아미노산 함량은 3배 정도 높아졌다.

가정에서 한우고기를 습식 숙성하려면 고기 등급과 포장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먼저 등급이 낮고 근내지방(마블링)이 적어도 등심, 채끝, 부챗살 등 구이나 볶음용 부위는 숙성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등급이 낮아질수록 지방이 적을수록 숙성기간이 길어진다.

▲ 소고기 vs 돼지고기 숙성

숙성에 의한 맛 차이는 돼지고기보다 식감이 중요한 소고기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소고기는 숙성을 하면 고기의 풍미가 좋아지고 부드러워지게 된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신선함이 강점이다.

돼지고기는 소고기만큼 연도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숙성을 하면 풍미가 좋아지고 비교적 저렴한 부위도 오랜 시간 제대로 숙성을 한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신선한 고기는 숙성 고기와 다르게 냄새가 나지 않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식약처는 “잘못된 방식으로 숙성할 경우 식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디오파 48시간 숙성 시 표면건조. 사진=농촌진흥청
라디오파 48시간 숙성 시 표면건조. 사진=농촌진흥청

▲ 숙성육 대중화시대 열릴까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마블링이 적어 뻑뻑한 식감의 한우고기 2등급을 1++(투뿔)등급과 같은 맛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숙성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농진청이 개발한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연화기술’은 48시간 만에 3주 이상의 건식 숙성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라디오파로 소고기를 가열하는 동시에 고기 표면의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영하의 냉풍을 쏘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48시간 만에 고기 육질은 25% 부드러워졌으며 건조 전 무게 대비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는 1.5배 늘어났다.

기존의 습식숙성(wet aging)은 약 3주간의 시간이 필요한 데다 숙성한 뒤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생고기 대비 60~70% 밖에 되지 않는 등 생고기에 비해 비싸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농진청은 이번 기술 개발로 저등급, 저지방 부위 숙성기술 보급으로 적체부위의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안심, 등심 등 인기있는 구이용 부위보다 3배 많이 생산되고 가격은 저렴한 앞다리, 우둔, 설도 등 저지방 부위를 숙성해 구이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수현 농업연구사는 “무조건 등급이 높은 거세 한우고기만 선호하기보다 근내지방도(마블링)가 낮아 육질등급은 낮지만 숙성기술 적용으로 연하고 부드러워진 암소 한우고기 상품을 생산한다면 한우고기 모든 부위의 소비 촉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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